뉴스 인 포커스

카드·휴대폰 등 필요없는 '디바이스리스' 결제 시대 성큼

얼굴 결제 '신한 페이스페이' 첫선
3D 카메라로 얼굴 특징 인식
연내 편의점·대학식당 등에 설치

신용카드 없이 손으로 결제하는
핸드페이·핑페이 등 속속 등장
비싼 단말기 값이 보급에 걸림돌
2019년 8월  신한카드, 얼굴인식 결제 도입
2019년 8월 신한카드, 얼굴인식 결제 도입
편의점 계산대에 설치된 카메라를 바라본다. 1~2초 만에 ‘띵동’ 하고 얼굴 인식이 됐다는 알림음이 울린다. 지갑에서 카드나 현금을 꺼내거나 스마트폰에 설치된 결제 앱(응용프로그램)을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 아무런 기기 없이 오직 얼굴만으로 물건을 살 수 있다. 이젠 공상과학(SF) 영화 속 얘기가 아니다. ‘디바이스리스(deviceless)’ 결제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새로운 결제 실험 나선 신한카드

신한카드는 지난 1일 얼굴 인식 결제 서비스인 ‘신한 페이스페이(face pay)’를 선보였다. 서울 을지로 신한카드 본사에 있는 사내식당과 카페, 편의점에 이 같은 결제시스템을 구축했다.

얼굴 인식 결제는 계산대에 마련된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에 얼굴정보 등록과 카드번호 입력, 휴대폰 본인인증을 거친 뒤 이용할 수 있다. 등록 후엔 이 결제시스템이 지원되는 매장 어디서든 얼굴 인식만으로 결제할 수 있다.

2017년 5월  롯데카드, 손바닥 정맥 인증 결제 도입
2017년 5월 롯데카드, 손바닥 정맥 인증 결제 도입
얼굴 인식이라고 하면 사진을 찍어놓고 대조하는 방식을 떠올릴 수 있다. 얼굴 인식 결제는 단순 대조가 아니다. 얼굴의 특징을 3차원(3D) 카메라를 통해 추출, 얼굴정보를 인증센터에 저장해놓고 비교하는 방식이다. 신한카드는 LG CNS와 기술협력을 통해 이 같은 시스템을 구축했다. 실제 사진 정보는 저장하지 않는다. 화장을 평소보다 진하게 하거나 쓰던 안경을 벗었다고 해서 인식하지 못하는 사례도 없다. 눈, 입, 코, 턱 간의 각도, 뼈의 돌출 정도 등을 디지털 정보로 추출해 저장해놓기 때문이다. 인식 가능 거리는 카메라로부터 30㎝ 이내다. 카메라가 결제자의 얼굴을 인식하면 저장해둔 디지털 얼굴 정보와 결제정보를 확인한 뒤, 가상 카드정보인 토큰으로 결제를 실시간 승인한다.

‘믿고 사용해도 되느냐’는 의구심이 뒤따를 수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해외에서 이 같은 얼굴 인식 시스템을 적용한 사례가 여럿 있다”며 “생체 인증이기 때문에 카드 도난, 분실 위험이 낮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영국 중국 등에선 공항 출입국 심사에 이 같은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중국 알리바바, 징둥닷컴, 빙고박스의 무인매장 등 주요 유통회사 결제서비스로도 활용되고 있다.

신한카드는 페이스페이를 임직원 대상으로 시범 운영하면서 결제 정확도와 안정성을 더 높일 계획이다. 올해 안에 편의점 CU 일부 매장과 대학교 구내식당 등에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비싼 단말기, 확산 속도가 관건

2018년 6월  신한·롯데·비씨·하나카드, 손가락 인증 결제 개발
2018년 6월 신한·롯데·비씨·하나카드, 손가락 인증 결제 개발
최근 몇 년간 해마다 새로운 결제방식이 등장했다. 2017년 5월에는 롯데카드가 손바닥을 결제 단말기에 갖다대 결제하는 ‘핸드 페이’ 서비스를 내놨다. 지난해 6월에는 신한·롯데·비씨·하나카드 등 4개 카드사가 손가락 정맥 패턴을 이용한 결제 시스템인 ‘핑페이’를 개발했다. 이들은 기존 결제수단보다 편의성과 보안성을 높인 새로운 결제 방식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널리 확산되지는 못했다. 신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결제 단말기를 각 가맹점에 설치해야 하는 비용 부담이 주된 이유다. 결제 단말기는 대당 20만원을 넘는다. 핸드페이는 세븐일레븐, 롯데마트, 롯데리아 등 롯데 계열사 가맹점 90여 곳에만 단말기가 설치돼 있다. 핑페이는 당초 지난해 10월 도입하려던 계획이 늦춰져 아직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핑페이는 다음달 편의점 등 일부 가맹점에 도입될 전망이다.

페이스페이도 얼마나 확산되느냐가 관건이다. 얼굴 인식 기능을 갖춘 단말기는 고사양이어서 일반 결제 단말기보다 가격이 훨씬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무리 신선하고 새로운 결제방식이어도 이용 가능한 가맹점이 없으면 확산되기 어렵다”며 “기술 개발에 걸맞은 확산 전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한카드도 이 같은 우려를 알고 대응책을 고민 중이다. 당장 확대하기는 쉽지 않더라도 꾸준히 늘려가겠다는 계획이다. ‘현재’보다는 ‘미래’를 대비한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결제 절차를 최소화하는 것에 대한 고객 수요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조만간 닥쳐올 ‘디바이스리스 시대’에 대비해 다양한 기술 혁신을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NIE 포인트

인류의 결제수단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정리해보자. 역사적으로 어떤 사건이나 기술이 결제수단 변화의 촉매 역할을 했는지 알아보자. 카드나 휴대폰이 필요없는 ‘디바이스리스’ 결제 시대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토론해보자.

정지은 한국경제신문 금융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