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히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바르고 큰마음
공명정대하여 조금도 부끄럼 없는 용기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호연지기 (浩然之氣)
▶ 한자풀이

浩: 넓을 호
然: 그럴 연/불탈 연
之: 갈 지
氣: 기운 기


맹자가 제나라에 머물던 어느 날, 제자 공손추가 물었다. “선생님이 제나라 대신이 되어 도(道)를 행하시면 제를 천하의 패자로 만드실 것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시면 선생님도 마음이 움직이시겠지요.” 맹자가 답했다. “나는 마흔이 넘어서부터는 마음이 움직인 적이 없다.” 공손추가 다시 물었다. “마음을 움직이지 않게 하는 방법이 있으신지요.” “그건 용(勇)이니라.”

맹자가 설명을 덧붙였다. “마음속에 부끄러운 게 없으면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게 대용(大勇)이다.” 공손추가 재차 물었다. “그럼 선생님의 부동심(不動心)과 고자의 부동심은 무엇이 다른지요.” 맹자가 답했다. “고자는 이해되지 않는 말을 애써 이해하지 말라 했다. 하지만 이는 소극적 태도다. 나는 말을 알고 있고(知言), 호연지기(浩然之氣)도 기르고 있다. 호연지기는 평온하고 너그러운 화기(和氣)다. 기(氣)는 광대하고 올바르고 솔직한 것으로, 이것을 기르면 우주자연과 합일의 경지에 이른다.” 지언(知言)은 편협하고 음탕한 말, 간사하고 꾸미는 말을 구별하는 밝음(明)이 있다는 의미다.

고자(告子)는 맹자의 논적(論敵)으로 사람의 본성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고 주장한 사상가다. 그는 “출렁대는 물은 방향이 없으며 동쪽을 터주면 동쪽으로 흐르고, 서쪽을 터주면 서쪽으로 흐를 뿐”이라며 맹자의 성선설을 반박했다. 이에 맹자는 “물은 아래로 흐른다. 아래를 막으면 물이 거슬러 오르고, 손으로 때리면 물이 허공으로 솟구치지만 그건 인간이 본성에 인위를 가한 때문”이라고 되받아쳤다.

한경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작가/시인
shins@hankyung.com
한경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작가/시인 shins@hankyung.com
《맹자》 공손추편에 나오는 호연지기는 원래 천지에 가득찬 큰 원기, 공명정대한 도덕적 용기, 속세에 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을 뜻한다. 현대적 의미인 ‘당당한 기상’보다 뜻이 넓고 깊다. 그릇이 커야 큰 것을 담고, 뜻이 곧아야 바르게 서고, 시야가 넓어야 두루 본다. 기(氣)·덕(德)·의(義)·지(智)는 어느 것 하나 저절로 자라지 않는다. 그건 모두 마음을 모아 키워야 하는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