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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636호 2019년 6월 10일

뉴스

"날씨 영향 큰 재생에너지 늘릴수록 원전 더 필요"

“한국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다음 세대에게서 소중한 미래 기술을 훔치는 짓이다. 한국 정치인들이 왜 원자력을 정치 쟁점화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데니스 무라브예프 러시아 테넥스 한국대표)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을 선언한 이후 원자력산업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수출 전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자명하다.”(이희용 전 한국전력공사 원전수출본부장)

한국원자력산업회의와 원자력학회가 지난달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공동 주최한 ‘2019 한국원자력연차대회’에선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산·학·연 모두 원자력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국내 원전 생태계가 와해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성토장 된 ‘원자력계 잔치’

원자력연차대회는 매년 국내외 원자력 관련 산업계와 학계가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다. 올해는 1959년 원자력원 발족 이후 60주년을 기념하는 해여서 더욱 의미가 깊다. 하지만 올해 연차대회 참석자 사이에선 ‘잔치할 기분이 아니다’는 말이 나왔다. 정용훈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2017년 탈원전을 선언한 뒤 원자력이 기피 분야가 되면서 대학 등 전문인력 양성 기관들도 위기를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기조강연에 나서 “에너지 전환 시대에도 원전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수출 판로 개척 등을 적극 돕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원전 제로’를 선언하면서 원전 신뢰도가 추락하고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원전수출과 산업활성화’를 주제로 열린 첫 번째 세션에 참석했던 한 공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궁극적으로 원전을 없애겠다고 선언한 후 관련 업계가 전반적으로 위축됐다”며 “국내 산업이 가라앉았는데 어떻게 수출 활력을 찾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한국 정부가 탈원전으로 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틀면서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원전수출은 세계 곳곳에서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재생에너지 늘릴수록 원전 더 필요”

모하메드 알 하마디 UAE원자력공사(ENEC) 사장은 “한국에서 원전에 대한 반감이 일고 있는 걸 잘 알고 있다”며 “한국은 큰 도전에 맞닥뜨린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우리나라는 UAE 바라카 지역에 한국형 원전을 4기 수출한 데 이어 이들 원전의 장기정비계약(LTMA) 입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LTMA 결과에 대해선 입을 닫은 하마디 사장은 “한국이 뛰어난 원자력 전문가를 양성해 설계·건설·정비 등 다양한 분야에 공급한다면 UAE 역시 원전 분야에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라브예프 테넥스 대표는 “하루에 수천 명이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다고 해서 자동차 운전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다”며 “안전을 강화하는 게 아니라 아예 원전 문을 닫아버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테넥스는 러시아 원자력공사인 로사톰의 자회사다. 무라브예프 대표는 한국 미세먼지 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하며 “한국처럼 국토가 좁은 나라에서 석탄 발전은 오염을 쉽게 야기하지만 원전은 그렇지 않다”며 “가장 청정한 에너지가 원자력”이라고 덧붙였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안정성이 떨어져 원전과 같은 기저 발전이 필수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명현 한국원자력학회장은 “원자력은 없어져야 할 대상이 절대 아니다”며 “날씨에 따라 변동성이 높은 재생에너지가 확대될수록 원자력 가치는 재조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리아 코스닉 미국원자력협회장은 “미국에서는 원전산업이 일자리, 환경, 세제혜택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주정부 차원에서 적극 뒷받침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원전 가치가 더욱 중시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NIE 포인트

4차산업 시대에 에너지 수요가 어떻게 변할지 토론해보자. 대만 일본 등 탈원전 정책을 편 나라들이 에너지 부족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정책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알아보자. 원자력에너지의 장점과 단점을 논의해보자.

제주=구은서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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