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확산되는 美·中 무역전쟁

무역분쟁 넘어 세계 패권 다툼 성격…돌파구 찾기 어려워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기술패권 전쟁의 모습을 띠며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달 15일 중국 베이징 시내에서 5세대(5G) 통신망 광고판 앞을 시민들과 감시카메라를 장착한 경찰로봇이 오가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기술패권 전쟁의 모습을 띠며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달 15일 중국 베이징 시내에서 5세대(5G) 통신망 광고판 앞을 시민들과 감시카메라를 장착한 경찰로봇이 오가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에 돌입한 것은 지난해 3월이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문제 삼았다. 그때만 해도 미·중 무역전쟁이 단기전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관세전쟁 이어 기술전쟁, 환율전쟁으로

美·中 무역전쟁, 관세 이어 첨단기술·금융으로 확산
미국은 그동안 250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에 25%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했다. 여기에 더해 약 300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에도 최고 25% 관세를 매기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거의 모든 제품에 ‘관세 폭탄’을 투하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도 폐기 또는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5G(5세대) 통신장비 선두업체인 중국 화웨이를 핵심 타깃으로 삼았다. 화웨이를 겨냥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화웨이와 68개 계열사에 대해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했다. 중국의 위안화 환율 조작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중국도 지금까지 1100억달러어치 미국 제품에 5~25%의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산 수입품 70%가량에 고율 관세를 매긴 것이다. 중국은 세계시장을 독점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희토류 수출을 제한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희토류 공급이 차단되면 미국의 첨단 F-35 전투기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엔 중국 당국이 직접 미국 운송업체 페덱스의 ‘화웨이 화물 배송 오류’를 조사하기로 했다. 페덱스가 화웨이 화물을 페덱스 미국 본사로 잘못 보냈는데, 고의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다.

중국 급부상, 미국은 “기술 절도 덕분”

미·중 무역전쟁은 초기엔 관세전쟁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기술전쟁, 환율전쟁 등이 맞물리면서 패권 전쟁 성격이 짙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막대한 대미(對美) 무역흑자(지난해 4190억달러)가 기술 절도, 기술이전 강요, 부당한 보조금 같은 ‘불공정 행위’ 덕분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중국은 대부분 ‘혐의’를 부인한다.

미국은 중국의 기술패권 전략도 못마땅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세계를 장악하길 원하고 있다”고 노골적인 경계심을 드러내곤 했다. 또 “2025년 중국이 세계 경제의 패권을 차지한다는 ‘중국제조 2025’는 미국에 매우 모욕적”이라며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중국이 첨단산업에서 미국을 추월하는 걸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중국은 1979년 1월 1일 미·중 수교 때만 해도 가난한 농업국가였다. 하지만 개혁·개방정책과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변신했다.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78년 1.8%에서 2017년 15.2%로 높아졌다. 이 기간 미국의 비중은 27.9%에서 24.0%로 낮아졌다. 아직은 미국이 세계 1위 경제대국이지만 지금 추세라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1위에 오르는 건 시간문제다.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는 이유다.

중국은 과거 냉전시대 소련과 1980년대 일본에 이어 2차 세계대전 후 ‘팍스아메리카나(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도전하는 세 번째 강대국이다. 미국은 체제 경쟁에서 승리하며 소련을 무너뜨렸고, 1985년 엔화 가치를 대폭 끌어올린 플라자 합의를 통해 일본을 주저앉혔다.

단기간에 갈등 해결 어려울 듯

미·중은 지난해 12월 무역전쟁 종식을 위해 휴전에 합의한 뒤 지난달 10일까지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후 추가 협상 일정을 잡지 못한 채 힘겨루기를 계속하고 있다. 협상 결렬 책임도 상대방에게 떠넘기고 있다.

미·중 갈등이 패권전쟁 성격을 띠고 있어 단기간에 갈등이 해소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 모두에 대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무역전쟁의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NIE 포인트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어떻게 전개돼 왔는지 정리해보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징벌적 고율 관세’를 부과한 배경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는지 논의해보자.

주용석 한국경제신문 워싱턴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