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4차 산업혁명과 협업경제

P2P 기술 발달로 협업경제 발전
블록체인 기술도 협력경제 촉진
디지털 기술과 상호 신뢰가 바탕
[4차산업혁명 이야기] 우버·에어비앤비는 P2P 기술을 활용한 협력경제
디지털 경제 시대에는 모두가 구매자이자 판매자이며, 빌려주는 사람이자 빌리는 사람이 된다. 실물경제 구석으로 침투되는 P2P 기술 덕분이다. P2P는 ‘peer to peer’의 약어로, 개인과 개인 간 혹은 단말기와 단말기 간에 동등한 정보 및 데이터 교환을 가능하도록 만드는 기술을 의미한다. 인터넷을 통해 연결된 모든 것은 중앙의 통제 없이 공유될 수 있다. 언제 마지막으로 사용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창고 속 연장들도 P2P 시장에서는 누군가에게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P2P 기술을 활용한 협업경제 등장

전직 애널리스트이자 크라우드 컴퍼니스의 창립자인 제레미아 오우양은 P2P 기술로 인해 사람들은 필요한 무언가를 중앙 기관을 통하지 않고 서로에게서 얻을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2013년 6개 분야에 머물렀던 공유경제 분야가 1년 만에 12개 분야로 확대된 이유이다. 《증발》의 저자 로버트 터섹은 P2P 기술을 통해 서로의 자산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경제를 ‘협업경제’라고 정의한다.

크라우드 펀딩은 P2P 기술이 기업 자금조달에 활용된 협업경제의 한 측면이다. P2P 기술로 인해 전통 투자자가 아닌 누구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자금을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인디고고 킥스타터와 같은 웹사이트가 대표적이다. 매력적인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이들 사이트에 아이디어를 올리고, 그 아이디어가 실현되길 원하는 사람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 ‘crowdsourcing.org’에 따르면 2010년 새 아이디어에 대한 크라우드 펀딩 조달 총액은 9억달러였다. 2011년에는 15억달러, 2012년에는 27억달러로 급상승하더니 2013년에는 51억달러에 이르렀다. 세계은행은 2025년이 되면 전체 크라우드 펀딩 시장 규모가 9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전 세계 벤처 투자 사업 규모를 넘어서는 수치다.

협업경제에 저항하는 기존 기업들

크라우드 펀딩, 우버, 에어비앤비 등 모두 P2P 기술을 바탕으로 협력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 이들의 등장으로 위기 의식을 느낀 기존 기업들은 강력한 방어전략을 취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내세운 높은 방패가 바로 기존의 법과 규정이다. 과거의 법 체계에서 P2P 기술을 활용하는 디지털 기업들은 그저 무허가 영업자들일 뿐이다. 법과 규정이라는 방패로 인해 갈등의 주체는 디지털 기업과 기존 기업에서 디지털 기업과 정부 기관으로 바뀐다.

문제는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는 갈등에도 불구하고 중앙 기관을 통하지 않고 이뤄지는 거래는 보다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강한 규제를 받는 금융 분야가 그 시작이다. 금융은 통화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위해 중앙정부의 역할이 큰 분야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한 비트코인의 등장으로 이 모든 근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분산원장’이라는 블록체인 기술로 인해 신뢰할 만한 중개자의 존재 없이도 돈이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보증할 수 있게 됐다. 블록체인 기술 아래서 모든 거래는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누구나 관련 데이터를 내려받아 살펴볼 수 있다. 비트코인 생태계를 이루는 컴퓨터에 데이터가 흩어져 있어 특정 단일 세력이 거래를 통제할 수 없다. 이런 블록체인의 알고리즘이 돈 이외의 다른 거래에 활용될 경우 현재 규제기관의 새로운 대안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중앙은행의 대체와 디지털 투표, 디지털 공증, 분산형 스토리지 시스템 등이 모두 블록체인 기술의 확장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탈중심화 사회에서의 신뢰

아버지 세대에 거대한 중앙기관은 곧 신뢰를 의미했다. 하지만 오늘날 기업들은 몸집을 줄여 효율화를 시도하고, 금융회사는 금융위기와 데이터 유출 등으로 신뢰를 상실했다. 새롭게 등장한 디지털 기업도 믿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무료처럼 보이는 구글, 페이스북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사생활 정보를 대가로 제공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서로에게 의지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도 실질적인 정보를 소유하고, 정보 규모도 방대하기 때문이다. 연예인이나 백만장자보다 내가 산 것과 똑같은 제품에 대한 유튜버의 상품 리뷰를 더 신뢰하는 이유다.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은 이런 경향을 보다 강화할 것이다. ‘공유경제’에서는 참여자 간 자원의 공유로 발생한 수익의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중개 플랫폼 기업이 챙겨갔다. 이용자의 정보 수집은 덤이었다. 하지만 그 어떤 중앙 기관도 존재하지 않는 협업경제에서는 내가 얻은 유용한 정보의 유일한 대가는 다른 이들에게 제공한 정보가 된다. 참여자들 외에 이득을 누리는 주체는 없다. 우버, 에어비앤비 등 기존 산업을 파괴했던 파괴적 기술들이 협업경제에서 파괴될 수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