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38) 스태그플레이션
[테샛 공부합시다] 오일쇼크 같은 공급 충격은 스태그플레이션 유발…기술 발전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이를 극복해야
미국이 5월 3일부터 이란산 석유 수출을 전면 봉쇄할 것이란 소식이 나오자 국제 유가가 바로 급등했다. 이란은 세계 5위 원유 생산국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러시아 등과 함께 국제 유가에 큰 영향을 주는 나라다. 이에 따라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던 국가들은 다른 국가로부터의 도입량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원유 수입을 대체할 국가들이 원유 가격을 올려 팔면서 국내 기업의 원가 부담은 증가했고, 생산성 또한 하락할 상황에 처했다.

1970년대 오일쇼크

[테샛 공부합시다] 오일쇼크 같은 공급 충격은 스태그플레이션 유발…기술 발전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이를 극복해야
한국은 원유 수입과 관련한 국제적 사건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나라다. 원유를 전량 수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1970~1980년대 ‘오일쇼크’는 한국 경제 발전에 매우 큰 영향을 준 사건이다. 오일쇼크란 1970~1980년대 아랍석유수출국기구(OAPEC)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가격을 인상하고 생산을 제한해 세계 각국의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사건을 말한다. 당시 원유 수출국 대부분이 중동에 집중돼 있었기에 이곳 정세에 따라 유가가 급등락을 반복했다. 오일쇼크로 선진국들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인플레이션 또한 크게 악화해 기업·가계의 경제 활동을 힘들게 했다. 석유는 여러 제품에 기초 원료로 사용되는 산업의 핵심이다. 유가 상승은 곧 기업의 비용 인상과 직결된다. 당시 세계 경제가 침체기에 빠진 상황에서 각국은 재정·통화를 확장적으로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살아나지 않았다. 이런 시기에 오일쇼크가 터진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

주요국이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실행한 확장적 재정·통화정책과 오일쇼크로 오히려 인플레이션율이 급상승했다. 당시 불경기로 생산성이 높지 않은 상태에서 비용 측면에서 인상 요인이 발생하자 생산은 침체되고, 물가는 상승해 경기가 불황의 깊은 늪으로 빠져들었다. 이를 지칭하는 경제 현상을 바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라고 부른다. 스태그플레이션은 한마디로 경기가 침체돼 수요가 감소함에도 오히려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다.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침체하면 물가는 하락하고, 경기가 활황일 경우 물가는 상승한다. 상충(trade-off)관계라는 뜻이다.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은 일반적인 경제 현상과 다르게 나타난다. 경제학에서는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이라고 지칭하면서 총공급곡선을 통해 분석하기도 한다. 기업의 생산 비용 인상을 가져오는 공급 충격으로 총공급곡선이 왼쪽으로 상향 이동하면 경제 전체의 생산이 감소하면서 물가가 상승한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총공급곡선을 다시 오른쪽으로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기술 발전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중요하다. 유가가 상승하더라도 생산성이 높다면 충격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오일쇼크는 국외적인 요인이지만, 꼭 국제적 이슈만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경제적으로 생산성이 정체된 상태에서 기업의 비용 측면을 상승하게 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경우도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존재한다. 최근 중소업체들의 폐업률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회원국 중 1위 아일랜드(88달러)의 38%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같이 기업의 원가 부담을 높이는 정책은 재화·서비스 가격 상승을 동반한다. 이는 물가 상승을 이끌어 총수요를 감소시키고 기업의 투자·고용 감소로 이어져 생산능력을 감소시킨다. 이는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을 동반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한번 생각해보아야 한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jyd54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