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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북한 비핵화 가물가물
지난해 세 차례 남북한 정상회담과 미국과의 첫 정상회담으로 ‘평화 분위기’를 조성했던 북한이 올 들어 또다시 태도를 바꿨다. 어린이날 전날인 지난 5월 4일과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인 9일 잇따라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동해상으로 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를 해제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향후 비핵화 협상에서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단거리 발사체, ‘북한판 이스칸데르’

거꾸로 가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북한 비핵화 가물가물
북한이 쏜 단거리 미사일 추정체는 ‘북한판 이스칸데르’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달 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전선에서 화력 타격훈련을 지도했다고 보도하며 단거리 미사일 추정체의 사진을 공개했다. 비교적 근거리에서 촬영됐고 발사대 역할을 하는 이동식 발사차량(TEL), 발사 당시의 모습도 선명하게 나왔다. 작년 2월 8일 건군절 열병식 때 공개된 발사체, 지난 4일 발사된 ‘전술유도무기’와 동일한 형태다.

이스칸데르는 러시아에서 생산된 고체연료 지대지 탄도미사일이다. 사거리는 300~500㎞다. 유도장치와 항법장치를 자체 탑재한 채 비행이 가능하다. 탄두에 핵을 비롯해 다양한 폭탄을 넣을 수 있다. 2006년부터 러시아군이 실전 배치했다. 2008년 러시아와 조지아 간 벌어진 남오세티야 전쟁에서 처음 사용됐다. 현존하는 지대지 미사일 중 사실상 ‘막을 무기’가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발사 후 표적물을 향할 때 적을 교란시키기 위해 수평 비행을 하다가 기습적으로 타격하는 스타일이다. 이 때문에 궤적 추적이 어렵다.

김정은 위원장은 “나라의 진정한 평화와 안전은 자기의 자주권을 수호할 수 있는 강력한 물리적 힘에 의해서만 담보된다”고 강조했다. 또 “조성된 정세의 요구와 당의 전략적 의도에 맞게 전연과 서부전선 방어부대들의 전투임무 수행능력을 더욱 제고하고 그 어떤 불의의 사태에도 주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만단의 전투 동원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이 발사체에 대해 ‘복수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와 군에선 여전히 ‘분석 중’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미·일 모두 신중하게 대응

북한이 올해 강경하게 태도가 변하리란 우려는 지난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이미 제기됐다. 이 회담이 깨지면서 미국은 북한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를 얼마나 간절히 해제하기를 원하는지 간파하게 됐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파괴만 갖고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를 결코 만족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북한은 코너에 몰릴 때마다 외교적으로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해 왔다. 벼랑 끝 전술은 배수진을 치고, 협상을 막다른 상황까지 몰고 가는 초강수를 띄워 위기에서 탈출하는 북한 특유의 협상 방식이다. 벼랑 끝 전술을 바탕으로 협상 주제를 잘게 쪼개는 ‘살라미 전술’도 병행한다. 살라미 전술이란 하나의 과제를 여러 단계별로 세분화해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다. 얇게 썰어 먹는 이탈리아의 소시지 ‘살라미’에서 유래됐다. 북한의 이번 무력 시위도 이런 협상 전술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한국과 미국, 일본 등 주변국들은 과격한 규탄성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각국 이해관계가 묘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으로선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난 2년 동안 쌓아올린 대북정책 성과가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내년 대선에 재출마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북핵 문제를 전임 행정부와의 차별성으로 내세우고 있다.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북한을 미국을 견제하는 방패막이로 삼고, 동시에 북한 비핵화를 지원해야 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오는 7월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국내 지지율 상승을 위해 납치자 문제를 언급하며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을 추진 중이다.

유엔도 사실상 북한을 추가 제재할 방법이 없다. 단거리 미사일이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는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이지만, 단거리 미사일을 갖고 새로운 제재 결의안을 마련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할 수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NIE 포인트

북한의 미사일 도발 사례를 정리하고, 1년5개월 만에 발사를 재개한 이유를 생각해보자. 외교와 안보에서 ‘힘의 균형’을 판단하는 잣대는 무엇일지 토론해보자.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한국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생각해보자.

이미아 한국경제신문 정치부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