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를 하기 전 한 번 더 생각할 시간을 주는 '낙태 사전 숙려제'를 도입해
충분한 조언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생글기자 코너] 헌재의 낙태 허용 결정, 낙태 남용 방지대책이 필요하다
낙태에 대해 우리 사회에는 그동안 첨예한 찬반 논란이 있어 왔다. 낙태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태아는 수정되는 시점부터 존엄한 인간이며 낙태는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없는 존재인 태아의 기본생명권을 부정하는 것으로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라고 강조한다. 찬성하는 측은 “낙태를 금지하는 것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보건사회연구원은 한국에서 낙태가 한 해 5만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여성의 낙태 경험률도 7.6%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수치를 반영하듯 여성 4명 중 3명은 낙태를 처벌하는 법은 개정돼야 한다는 의견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계 목소리를 반영한 헌법재판소 결정이 지난 4월 11일 있었다. 9명의 재판관 중 4명은 헌법불합치 결정(위헌이지만 바로 무효로 하면 생기는 혼란을 막기 위해 법 개정 시한을 두는 결정)을 했고, 3명은 단순위헌, 2명은 합헌 결정을 했다. 결국 9명 중 7명의 재판관이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그동안 강간이나 유전적 질환 등 산모가 위협받은 요인에 대해서만 허용한 낙태가 미혼, 원치 않은 임신 등의 이유로도 가능해졌다.

헌재는 이번 판결에서 태아가 모체를 떠나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을 ‘임신 22주 내외’로 판단했다. 이는 낙태 허용 최대 기한이 임신 22주며 이후에는 낙태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국회에 제시한 것이다.

낙태를 허용하는 나라도 허용 기한에는 차이가 있다. 스위스는 임신 10주까지, 미국·독일·스페인 등은 12주, 영국은 24주까지 허용한다. 국회는 헌재가 제시한 최대 22주 범위 내에서 그 기한을 결정해야 하는데, 개정 과정에서 다시 한 번 뜨거운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낙태를 허용하는 기한의 결정도 중요하지만 낙태가 남용되지 않도록 하는 방지 대책도 중요하다. 낙태를 하기 전 한 번 더 생각할 시간을 주는 ‘낙태 사전 숙려제’를 도입해 충분한 조언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 낙태 허용이 자칫 여성에게만 책임을 미루고, 낙태를 강요하게 하는 분위기를 낳게 해서는 안 되고, 낙태와 출산에 대한 남성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도 같이 모색해야 한다. 헌재 결정이 끝이 아니라 내년까지 개정해야 하는 법에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활발히 시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김태훈(춘천 성수고 3학년) kevinkim20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