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한국 인구가 줄어든다

"출산장려금보다 해외 우수인력 적극 유치해야" 지적도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노동·소비 줄어 경제활력 떨어져
인구는 경제 성장의 중요한 동력(動力)이다. 중국과 인도가 강력한 경제 대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두 나라의 인구가 많아서다. 인구수뿐만 아니라 질(質)도 중요하다. 한창 일할 나이의 인구를 뜻하는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 비율이 높을수록 경제가 활력을 띤다. 한국은 저출산 현상으로 인구가 줄고 노동의 질도 낮아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일할 사람은 줄고 연금 수령자는 늘어난다. 생산을 해도 소비가 늘지 않고 경제 성장은 둔화된다. 납세자가 감소하고 의료복지 비용이 증가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생산연령인구 감소가 경제에 치명적인 이유다.

젊은세대 부담은 늘고 경제 위축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노동·소비 줄어 경제활력 떨어져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고 고령인구가 늘어나면 젊은 세대의 부양 부담이 급증한다. 통계청은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인구(유소년·고령인구)인 ‘총부양비’가 2017년 36.7명에서 2038년 70명을 넘고, 2056년 1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2067년에는 120.2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2056년에는 근로자 한 명이 고령인구 한 명 이상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의 총부양비는 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지만 2065년에는 가장 높아진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노동·소비 줄어 경제활력 떨어져
소비가 줄면서 경제 성장도 둔화된다. 당장 저출산으로 육아 활동에 필요한 제품·서비스 수요가 줄어든다. 주머니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고령층 비중이 늘면서 소비시장 전체가 위축될 가능성도 높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생산연령인구 감소가 2020년대부터 경제성장률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2020년대 1.7%, 2030년대 1.1%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은행의 분석도 이와 비슷했다.

사회 구조의 대대적인 변화도 불가피하다. 인구 감소가 본격화하면 지방 경제가 붕괴되고, 도시와 지방 거주민의 소득 격차는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해 내놓은 ‘한국의 지방 소멸’ 보고서에서 전국 시·군·구 중 40%가량은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했다. 30년 뒤엔 아예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국가 경쟁력도 확 떨어진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계열사인 경제분석기관 EIU는 인구구조 변화로 2050년이 되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획기적인 인구 증대 정책 필요해”

정부가 지금까지 해왔던 천편일률적인 복지 위주의 정책을 벗어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이삼식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저출산 문제 해결에 거액을 쏟아부었지만 돈을 조금 더 준다고 출산율이 오르지는 않는다는 게 증명됐다”며 “교육 등 사회 구조를 모두 아우르는 대책이 있어야 정상적인 출산율을 회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저출산 기본계획을 처음 내놓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저출산 대책에 152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계속 떨어졌다.

아예 접근 방식을 바꿔 이민 확대 등을 통해 ‘인구절벽’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민청을 설립하고 신흥국에서 기술력을 갖춘 젊은 인력을 데려와야 생산인구 감소의 경제적 충격을 감당할 수 있다”며 “정부가 효과 없는 저출산 대책에 매달리기보다 접근방식을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2017년 저서 《경제철학의 전환》에서 이민청을 설립해 해외 우수 인력을 필사적으로 유치해야 한다고 썼다.

지난 30여 년 저출산 해소를 위해 노력해 온 일본은 전향적인 인구정책으로 성공을 거둔 대표적 사례다. 일본은 1989년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이 1.57로 떨어지는 ‘1.57 쇼크’를 겪은 뒤 본격적인 출산 관련 복지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투입한 시간과 재정에 비해 성과가 미흡하자 고급 기술인력에 문호를 확대하고 내각부(총리실)에 인구 문제를 담당하는 장관직을 신설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2005년 1.26명이던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매년 소폭 상승해 2016년 1.43명으로 올랐다.

■NIE 포인트

인구가 줄어들면 그 나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토론해보자. 출산율을 올리는 데 성공한 국가들은 어떤 정책을 폈는지 정리해보자. 우리나라의 인구 감소를 막으려면 어떤 대책이 효과적일지도 토론해보자.

성수영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