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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늘고 항공료 하락 예상되지만 '과당 경쟁' 우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상경영이 한창인 항공업계에서 25일 제주항공과 진에어가 선발대로 주총을 개최했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상경영이 한창인 항공업계에서 25일 제주항공과 진에어가 선발대로 주총을 개최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항공시장이 ‘무한경쟁’ 시대로 접어들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에어로K·에어프레미아·플라이강원 등 저비용항공사(LCC) 3곳에 항공운송면허를 신규 발급하면서다.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 등 운항 중인 6곳에 더해 이제 한국 LCC는 총 9곳이 됐다. ‘세계 최다 LCC 보유국’인 미국과 같은 규모다. 한국보다 인구가 많은 일본(8개)·태국(6개)·독일(5개)·프랑스(1개)보다도 많은 숫자다.

항공권 가격 떨어질까

좁아지는 하늘길…국내 저비용항공사(LCC) 9곳으로 늘어
국내 항공시장에 신규 항공사가 진입한 것은 2015년 12월 에어서울 이후 3년여 만이다. 그동안 에어로K, 플라이강원 등이 면허 획득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항공사업법에 규정된 항공운송사업자 면허조건 중 ‘사업자 간 과당경쟁 우려가 없을 것’이란 조항에 부딪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정부가 규제혁신의 하나로 이 조항을 없애기로 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시장 진입 문턱이 확 낮아진 결과 이례적으로 3개 LCC가 한꺼번에 면허를 발급받게 됐다.

국토부는 신규 항공사의 등장으로 경쟁이 가열되면서 소비자 편익이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반적인 서비스 질이 높아지고, 항공권 가격은 떨어질 것이란 기대다. 신규 LCC들이 지방 공항을 거점으로 삼기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국토부는 보고 있다. 에어로K는 충북 청주공항, 에어프레미아와 플라이강원은 각각 인천공항과 강원 양양공항을 기반으로 한다.

진현환 국토부 항공정책관은 “이번 면허 발급으로 항공 시장 경쟁 촉진과 시장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며 “지역 주민의 공항 이용 편의를 높이고 2022년까지 약 2000명 규모의 항공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살깎기식 경쟁 우려도

하지만 과당경쟁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인구 5100만 명인 한국이 6배 이상 많은 미국(3억2700만 명)과 같은 숫자의 LCC를 보유한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한국보다 인구가 3000만 명 많은 독일도 LCC는 5개뿐”이라며 “관광이 주 수입원인 태국은 4개,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2개씩만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제살깎기식 과당 경쟁으로 국내 항공산업이 동반 몰락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 등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항공사 6곳은 모두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전년과 비교해 일제히 감소했다. 유가 상승의 영향이 가장 컸지만 치열해진 항공권 가격 인하 경쟁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위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항공사들의 편당 승객이 감소하고 있다”며 “빈 좌석을 채우기 위해 항공사들이 운임 낮추기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조종사, 정비사 등 항공 인력이 제한돼 있는 가운데 항공사가 늘면서 스카우트 경쟁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만만치 않다.

취항 준비로 분주한 신규사들

신규 LCC 3곳은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지 검증하는 운항증명(AOC·안전면허) 절차 준비로 분주하다. 앞으로 1년 안에 AOC를 신청하고, 2년 내 취항해야 한다. 사업 계획을 제출하면서 제시한 거점 공항을 최소 3년 이상 유지해야 한다.

에어로K는 내년 1월 일본 나고야, 중국 칭다오, 대만 타이베이, 베트남 하이퐁 등으로 처음 취항할 계획이다. 기존 LCC보다 훨씬 저렴한 항공권을 앞세운 ‘울트라 LCC’를 표방하고 있다. 청주공항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충청지역뿐만 아니라 경기지역 수요까지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합리적인 가격의 중·장거리 항공사를 표방하는 에어프레미아는 2020년 9월 취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중국·동남아시아 등 중·단거리 노선 위주로 운영하는 기존 LCC와 차별화한다는 구상이다. 장거리용 비행기(보잉 787-9)를 띄워 미국·캐나다까지 뻗어갈 예정이다.

플라이강원의 전략은 조금 다르다. 한국인 관광객을 외국으로 실어나르기보다 외국인 관광객을 강원도로 유치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탑승객 중 80% 이상을 외국인으로 채워 강원도를 북적이게 한다는 계획이다. 플라이강원은 오는 10월 국내선에 처음 취항한 뒤 12월께부터 국제선에 비행기를 띄울 예정이다.

■NIE 포인트

저비용항공사(LCC)와 대형항공사(FSC)의 서비스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정리해보자. LCC처럼 시장 진입 규제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다른 산업의 사례를 찾아보자. 규제 완화를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나눠 토론해보자.

박상용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