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과잉은 소모적 논쟁으로 비화돼 갈등과 불신 등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도 초래하기 때문에 해결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생글기자 코너] 확산되는 혐오 정서…왜 '우리'는 서로를 증오하는가
최근 한국 사회에는 여러 문제들로 인해 혐오 정서가 증오로까지 악화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증오는 혐오와 다르게 대상이 없어지면 다른 대상을 억지로 접목해서라도 그 감정을 지속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문제가 된다. 특정 인물이 아니라 특정 계층 구성원 전부를 혐오 대상과 동일시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씁쓸하게도 이런 정서는 날이 갈수록 더욱 커지며 더욱 널리 퍼지고 있다.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는 동안에도 끝없이 퍼지고 있다. 이성을 비하하고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아이를 학대하고 장애인을 천시하고 노동자를 멸시하고 실업자를 조롱하고 피해자를 문책하고 약자를 멸시하는 등 ‘너’를 미워하는 경우가 흔해졌다.

웹툰 ‘죽음에 관하여’의 창작자로 유명한 시니(스토리 작가·1990년 7월 2일~)와 혀노(작화가·1991년 2월 18일~)의 ‘네가 없는 세상’이라는 작품이 있다. 지구에 ‘너’라는 개념을 사라지게 하는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이기심으로 얼룩진 인간들 때문에 사회가 혼란에 빠지는 내용이다. 그런데 작중 흥미로운 것은 다친 주인공을 본 바이러스 보균자와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이 주인공에게 다가가 “치료해 드릴게요. ‘우리’가”라는 말을 한 것이다. 이는 ‘너’라는 개념이 사라진 사람들과 아직 ‘너’라는 자아를 가진 사람들이, ‘나’와 ‘너’가 아니라 ‘우리’로서 협동과 화합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처럼 ‘너’를 이해하지 못하고 미워했던 사람들이 ‘우리(인간)’로서 사회를 고쳐 나가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나’가 ‘너’를 미워하는 데는 분명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어찌 그것이 증오로까지 악화돼 ‘너’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할 수 있겠는가.

지난 20일 서울 저동 인권위 전원위원회 회의실에서 국가인권위원회와 종교·법조·학계,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사회 문제로 본격 대두한 혐오 표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특별추진위원회를 꾸렸다. 혐오 문제 관련 전문지식과 활동 경험을 갖춘 각계 대표가 모인 회의체로, 사회적 약자를 겨냥한 혐오 표현 문제를 공론화하고 정부에 인식 개선과 종합 정책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혐오 과잉은 소모적 논쟁으로 비화돼 갈등과 불신 등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도 초래하기 때문에 해결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김재환 생글기자(경희고 2년) ktkk224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