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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연평균 6.6% 경제성장…북한에 모델 될지 주목

베트남의 '도이머이'는?

동유럽식 급진적 개혁과
중국 점진적 개혁 절충한
시장경제 도입 위한 개혁
베트남의 수출 주도 개혁정책인 도이머이(쇄신)가 북한의 경제발전 모델이 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노이 시내에서 모터사이클과 자동차가 뒤섞여 교통 혼잡을 빚고 있다. 한경DB
베트남의 수출 주도 개혁정책인 도이머이(쇄신)가 북한의 경제발전 모델이 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노이 시내에서 모터사이클과 자동차가 뒤섞여 교통 혼잡을 빚고 있다. 한경DB
지난 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을 계기로 베트남의 ‘도이머이(쇄신)’ 개혁 모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동유럽식 급진적 개혁과 중국식 점진적 개혁 정책을 절충한 도이머이 모델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시장경제를 받아들여 성공한 대표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도이머이 개혁의 본질은 개혁·개방

베트남은 미국과 오랫동안 전쟁을 벌인 적대국에서 친미(親美) 국가로 바뀐 나라다.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접고 시장경제 시스템을 받아들인 나라이기도 하다. 미국에는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나라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베트남으로 부른 건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면 베트남처럼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기 위해서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7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북한이 도이머이 혁신을 이뤄낸 베트남처럼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으로선 베트남은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번영을 이룬 국가라는 점에서 롤모델로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베트남, '도이머이' 개혁 통해 사회주의에서 시장경제로
베트남은 공산화 이후 옛 소련형 성장 모델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생산성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공업화는 더뎠고 식량 부족까지 겪어야 했다. 여기다 미국 및 서방국가들이 경제제재 조치를 취하면서 베트남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됐다. 베트남 정부는 대외 개방과 수출을 지렛대로 시장경제를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 베트남 정부는 1986년 도이머이를 시작하며 점진적인 내부 개혁을 했다. 농업 부문의 개혁을 단계별로 추진했고 국영기업도 급격한 민영화보다 부실기업을 정리하고 통합하는 방식을 택했다. 동시에 시장경제로의 시스템 전환에는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시장경제의 핵심인 상품 가격의 자유화를 곧바로 시행했고 외국인투자법을 제정해 해외 자본에 문호를 열었다.

韓·日 등 생산공장 이전…美와도 손잡아

정부 정책 전환뿐만 아니라 때마침 불어닥친 세계화 바람도 베트남의 수출주도형 성장을 뒷받침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엔고(高)에 허덕이던 일본 기업들과 노동비용 증가로 어려움을 겪던 한국, 대만 등의 기업들이 속속 동남아시아 각국으로 생산 거점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때 베트남 정부의 적극적인 해외 자본 유치 공세에다 값싼 노동력, 뛰어난 입지 여건 등이 외국 기업의 구미에 잘 맞았다. 베트남은 1995년 미국과 국교를 수립하고 2000년에는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2007년엔 세계무역기구(WTO)에도 가입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2000~2018년 베트남의 연평균 성장률은 6.6%에 달했다.

도이머이는 중국 덩샤오핑이 추진한 개혁·개방 정책과 많은 점에서 비슷하다. 베트남은 중국 개혁·개방 정책보다 8년 늦은 1986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이머이를 시작했다. 공산당 통치 아래서 시장경제를 받아들인 점도 똑같다. 국유기업에 대한 정부 장악력 또한 크다. 하지만 자체 자본이 부족해 해외 자본에 의존한 경제발전이라는 점에서 중국과 다르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 지원과 함께 외국 기업 직접투자 유치에 공을 들였다. 중국은 내수 성장과 수출을 병행했지만 베트남은 수출산업 위주로 발전을 꾀했다.

북한, 도이머이 롤모델 삼을지 관심

북한은 도이머이 개혁 도입 이전의 베트남 사정과 여러 여건이 비슷하다. 과거 베트남은 미국과의 수교를 통해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났다. 지금 북한에 필요한 과제다. 자체 자본력이 부족한 만큼 외부 자본에 의존한 성장 전략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하지만 베트남은 단일지도 체제가 아니고 집단지도 체제다. 국민들은 공산당 지도자들을 거의 알지 못한다. 북한이 중국 모델이 아니라 베트남 모델을 받아들인다는 건 지나치게 강한 중국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중국은 대북 지원 및 경협 확대 등을 통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길 원하지만 북한 입장은 이와 다르다는 분석이다.

■NIE 포인트

사회주의 국가를 시장경제 국가로 변신시킨 베 트남 ‘도이머이’의 구체적 내용들을 정리해보자. 북한이 ‘도이머이’로 시장경제를 도입하려면 어 떤 조건들이 선행되어야 할지 토론해보자. 한국 과 베트남의 경제협력사를 논의해보자.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