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현실화된 '최저임금 인상의 역설'

정부 "제도 개선 추진…지역·업종별 차등 적용은 불가"
최저임금위원회, 친노동계 공익위원들이 주도해 논란
현 정부 들어 2년 연속 최저임금이 급등하자 인건비 부담이 커진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인들이 아우성치고 있다. 정부가 주휴수당(1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에게 주당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주는 제도) 지급까지 시행령에 못박으면서 경영 부담이 급증했다는 목소리다. 최저임금을 정할 때 지금처럼 노사가 줄다리기하듯 협상하지 말고 경제성장률, 기업 지급 능력 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정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기울어진 운동장’

최저임금위원회, 친노동계 공익위원들이 주도해 논란
최저임금은 매년 최저임금위원회라는 별도의 기구에서 심의한다. 1987년 최저임금제를 도입할 당시부터 이런 제3의 독립적인 조직이 운영됐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정치적 이유로 제도가 휘둘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이런 취지가 무색해졌다. 매년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선 최저임금위원회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이 공익위원 선임 과정에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저임금위는 사용자위원 9명(경영계), 근로자위원 9명(노동계)과 함께 전문가로 구성된 공익위원(9명)으로 이뤄진다. 경영계와 노동계의 견해가 엇갈리는 만큼 전문성을 갖춘 공익위원들에게 공정한 중재자 역할을 맡기기 위해서다. 총 27명으로 구성돼 있다.

문제는 공익위원들이 전문성과 공정성에 중점을 두기보다 ‘정부 편’에 설 때가 많다는 점이다. 위원회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을 정부가 임명하기 때문에 공익위원들이 구조적으로 독립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친(親)노동 정부를 표방하는 현 정부는 친노동계 인사로 공익위원 자리를 채워놓았다. 최저임금위에 실질적인 중재자가 부재한 탓에 노동계는 ‘고율 인상’, 경영계는 ‘동결’을 주장하다가 결국 정부 방침에 따라 최저임금이 결정된다는 지적이 많다.

최저임금 결정구조 이원화 추진키로

정부는 논란이 많은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현행 단일 심의체인 최저임금위원회를 최저임금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기로 했다. 최저임금제도 변경은 1988년 제도 시행 후 32년 만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에 대해 정부도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란 평가다.

2017년 9월부터 7개월간 활동했던 최저임금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는 구간설정위원회를 15명 이내의 공익위원으로 구성하고 노동계, 경영계, 정부가 동수를 추천하도록 권고했다. 전문가들이 객관적인 통계에 근거해 인상률 구간을 제시하면 그 범위 내에서 노사가 이듬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구조다. 종전에 비해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줄어든다.

최저임금 결정 구조와 함께 결정 기준도 개선될 전망이다. 현재 최저임금법상 기준은 근로자 생계비, 유사근로자의 임금, 노동 생산성, 소득 분배율 등이다. 정부는 내년 최저임금부터 물가, 경제성장률, 고용률 등을 고려해 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대해선 “우리나라 고용시장의 특성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선진국은 지역·업종·연령별 차등 적용

주요 선진국은 이미 지역·업종·연령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일본은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별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이를 토대로 노사 요청에 따라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미국에선 정부가 연방 최저임금을 정하면 주별로 지역과 산업 특성에 맞게 최저임금을 다시 결정한다. 캐나다도 최저임금을 개별 주의 자치 권한으로 본다. 건물 관리인, 경비원, 어업·농업 근로자 등은 최저임금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프랑스 영국 칠레 등은 연령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6년 12월 최저임금법 제정 당시 ‘최저임금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4조)’고 규정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산업별 차등 적용을 한 건 제도 시행 첫해인 1988년뿐이다. 이후엔 노동계 반발로 논의조차 안 됐다.

소상공인들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선 최저임금 차등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종별로 경영 여건이나 지역별 경제 상황에 차이가 큰 만큼 최저임금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게 불합리하다는 얘기다.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 차등화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고착화한다”고 반대하고 있다.

■NIE 포인트

한국의 최저임금제도는 다른 선진국들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정리해보자. 현행 최저임금 결정 구조의 장·단점을 따져보고 단점을 보완할 방안을 토론해보자. 최저임금의 업종·지역별 차등화에 따른 장·단점도 생각해보자.

심은지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