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해치는 표현들 (11)

'~것이다'는 주로 말하는 이의 전망이나 추측, 확신 따위를 나타낼 때 쓰인다.
가령 '이 제품은 틀림없이 인기를 끌 것이다'
'내일은 날씨가 좋을 것이다' 같은 게 그 예이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것이다'를 줄이면 글이 간결해지죠
일반적인 글쓰기에서 문장은 경쾌하게 쓰는 게 좋다. 빠른 호흡으로 짧게 끊어 쓰는 게 요령이다. 문장 뒷가지를 간결하게 마무리하는 것은 이를 위한 여러 기법 중 하나다. 그중에서 습관적으로 붙이는 ‘~하는(한) 것이다’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특별한 의미를 더하지도 않으면서 자칫 글을 늘어지게만 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것이다'를 줄이면 글이 간결해지죠
불필요하게 덧붙이는 ‘~것이다’ 많아

‘~것이다’는 주로 말하는 이의 전망이나 추측, 확신 따위를 나타낼 때 쓰인다. 가령 ‘이 제품은 틀림없이 인기를 끌 것이다’ ‘내일은 날씨가 좋을 것이다’ 같은 게 그 예이다. 그런데 비슷하면서도 살짝 다른 용법이 현실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제빵 전문업체인 SPC가 제빵용 토종 천연효모를 찾아내 국내에서 처음으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과 공동연구 끝에 전통 누룩에서 천연효모를 발굴해 27가지 빵을 만든 것이다.> 여기에 쓰인 ‘것이다’는 앞말의 어떤 사실을 강조하거나 부연해 설명하는 기능을 한다. 이는 1999년 나온 <표준국어대사전>의 풀이와 용례와는 좀 다르다. 전형적 쓰임새가 아니라는 뜻이다. 2009년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는 이런 용법이 담겼다.

이 문장에서 ‘~것이다’가 꼭 있어야 할까? 글쓰기에서 ‘~것이다’는 두 가지 관점에서 조심해야 한다. 우선 부연 설명하는 데 쓰인 ‘~것이다’는 이중서술어라는 점이다. 의미를 더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가 아니기 때문에 군더더기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예문에서도 ‘~것이다’를 없애고 보면 훨씬 간결해진다. 우리가 무심코 쓰는 말 중에는 그런 것이 너무나 많다.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백지화된 것이다’ ‘~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서술어를 중복해 씀으로써 문장을 불필요하게 늘어뜨릴 뿐이다. ‘공부하고 있다’ ‘백지화됐다’ ‘~를 보여주고 있다’라고 쓰는 것으로 충분하다.

명사문보다 동사문을 많이 써야 좋은 글

또 다른 측면은 ‘~것이다’의 의미 기능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내 4대 시중은행이 신용등급 강등 위기를 맞았다. 10여 년간 견고하게 유지해온 최고 신용등급 ‘AAA’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국제 연구기관과 생명과학자들은 GMO식품이 안전하다고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 등 많은 기관이 공식 발표를 통해 GMO식품의 안전성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흔들리고 있다’라고 하면 단순히 정보(facts)를 전하는 진술문이다. 하지만 ‘무엇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라고 하면 수행문으로 바뀐다. 대상을 해석·분석하고 평가하고 판단하는 행위다. 이 용법은 대개 일반적인 서술문이 선행하고 이어 구체적 제시문으로 나타난다. 연역적 전개 방식에 의한 논증 기법이다. 이는 서술하는 내용에 대해 설득력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글쓰기에서 자신도 모르게 ‘~것이다’를 남발하게 되는 까닭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문장은 단순한 진술문 차원을 넘어서 독자로 하여금 씌어진 바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게 하고 규정하게 한다. 수행문의 특징이기도 하다. ‘~것이다’가 많이 쓰인 글이 딱딱하고 추상적이며 권위적인 느낌을 주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것이다’를 떼어내고 본동사를 서술어로 쓰면 동사문으로 바뀐다(‘흔들리고 있다’ ‘입증하고 있다’). 뒷가지를 쳐냄으로써 문장을 간결하고 구체적으로 쓸 수 있다. 그것이 문장을 힘 있게 쓰는 지름길이다. 무심코 습관적으로 덧붙이는 ‘~것이다’를 줄여보자.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