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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폴더블 스마트폰'시대
중국 디스플레이 전문 업체 로욜이 지난달 31일 공개한 폴더블 스마트폰 ‘플렉스파이’.  /로욜 제공
중국 디스플레이 전문 업체 로욜이 지난달 31일 공개한 폴더블 스마트폰 ‘플렉스파이’. /로욜 제공
화면 중간을 접었다 펼 수 있는 ‘폴더블(foldable)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다. 지난달 중국의 한 디스플레이 전문업체가 세계 최초로 폴더블폰을 공개했다. 삼성전자, 화웨이 등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들도 잇따라 비슷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이 멈춘 가운데 폴더블폰이 시장을 반등시킬 수 있을지 관심사다.

접으면 스마트폰, 펼치면 태블릿

폴더블폰은 단어 그대로 접을 수 있는 휴대폰이다. 과거 많이 사용됐던 ‘폴더폰’은 대개 화면 부분과 키패드 부분을 경첩으로 연결하는 식이다. 반면 폴더블폰은 화면 자체를 구부리는 방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폴더블폰은 접었을 때는 스마트폰, 펼쳤을 때는 태블릿이 되는 구조”라며 “동시에 여러 작업을 빨리 할 수 있도록 멀티태스킹 기능이 강화된다”고 설명했다. 간단한 작업을 하거나 이동 중에는 스마트폰을 접은 상태로 이용하고 한자리에 머물면서 작업하거나 영상·게임을 즐길 때는 화면을 펼친 상태로 쓸 수 있다. 폴더블폰을 만들기 위해선 화면을 구부릴 수 있는 플렉시블(flexible) 디스플레이가 필요하다. 반복해서 제품을 접었다 펴도 망가지면 안 되므로 내구성도 중요하다. 이 때문에 당분간 폴더블폰 가격은 기존 프리미엄 스마트폰보다 1.5~2배가량 비쌀 가능성이 높다.

'폴더블폰 시대' 열렸다…화면 접으면 스마트폰, 펴면 태블릿
중국 업체가 세계 최초로 선보여

현재 폴더블폰 개발에 가장 많은 힘을 쏟고 있는 회사는 삼성전자와 화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SDC)에서 폴더블폰의 일부 유저 인터페이스(UI)를 공개했다. 화웨이도 이르면 연내 공개를 목표로 관련 제품을 개발 중이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벤처비트는 LG전자가 내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9’에서 폴더블폰을 공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세계 최초 폴더블폰 발표’라는 타이틀을 가져간 회사는 이름도 생소한 중국의 디스플레이 전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로욜(Royole)이다. 로욜은 지난달 말 베이징 국가회의센터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플렉스파이(FlexPai)’를 내놨다. 이 제품은 접을 수 있는 7.8인치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지금까지 나온 스마트폰 가운데 화면이 가장 크다. 접으면 앞면과 뒷면, 접힌 부분 등에서 세 개의 서로 다른 화면을 볼 수 있다. 접힌 부분은 알람 등을 표시하는 데 쓰인다. 회사 측은 20만 번 이상 열고 닫는 등의 움직임을 견디는 테스트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가격은 메모리, 저장용량 등에 따라 8999위안(약 147만원)부터 1만2999위안(약 212만5000원)까지다. 이달 초 예약판매를 시작했고 다음달 하순께 정식 출시한다.

공식적으로 폴더블 스마트폰을 발표한 기업은 로욜이 처음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하지만 시장에서 이 제품이 좋은 반응을 얻을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플렉스파이의 두께는 7.6㎜로 일반적인 스마트폰과 비슷하지만 반으로 접으면 15.2㎜에 이른다. 무게는 320g으로 태블릿PC 수준이다. 대화면 스마트폰의 대표적 제품인 삼성전자 갤럭시노트9의 무게는 201g이다.

침체 빠진 스마트폰 시장 부활할까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폴더블폰 개발에 나선 것은 기존 스마트폰 시장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사상 처음으로 1.3% 줄어들 것이라고 봤다. 스마트폰 시장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연평균 16% 성장률을 기록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북미와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각각 11%, 14% 감소했다. 북미는 세계 최대 프리미엄 시장, 중국은 가장 큰 시장이다.

스마트폰 시장이 줄어드는 이유는 현재 모습의 스마트폰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현재 대다수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6인치대 화면 테두리(베젤)를 최소화한 디스플레이를 장착하고 후면에 카메라 2~3개를 탑재했다. 제품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교체 주기도 길어졌다. 폴더블폰은 이 같은 시장 상황을 반전시킬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게 제조업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스마트폰 제조업체 관계자는 “내년 상용화를 앞둔 5세대(5G) 이동통신까지 결합된다면 사용자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침체된 스마트폰 시장을 부활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NIE 포인트

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은 기존의 스마트폰보다 어떤 점이 편리할지 생각해보자. 화면을 접어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기기는 무엇이 있을지 토론해보자. 폴더블폰 다음은 어떤 모습의 스마트폰이 등장할지도 생각해보자.

이승우 한국경제신문 IT과학부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