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 의견이나 성향의 차이를 두고
세대를 나눠 꼰대라 칭하면서 한쪽은 옳고
다른 한쪽은 틀렸다는 식의 흑백논리로 다투는 일은
우리가 자신을 제한된 생각의 틀에 가두는 일이다.
[생글기자 코너] '꼰대'라는 이미지에 대한 위험한 편견
최근 한 케이블방송 채널에서 젊은 연예인들을 출연시켜 그 사람에게 ‘꼰대’ 기질이 얼마나 있는지를 몰래카메라 방식으로 촬영한 후 10대, 20대, 30대 대표로 참석한 패널단에 보여주고 그들의 투표 결과를 통해 출연자가 꼰대인지 아닌지를 판명해보는 오락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다.

꼰대는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늙은이를 이르는 은어, 또는 선생님을 이르는 학생들의 은어로 표기돼 있다. 요즘 학생이나 젊은 층은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 그것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남을 가르치려 드는 행동을 일컬어 ‘꼰대스럽다’고 하고, 온라인에서는 꼰대력을 측정하는 테스트도 등장했다. 이를테면 내가 틀렸을 리 없다, 내가 아는 것은 상대방도 당연히 알아야 한다, 묻지도 않은 걸 자꾸 가르친다(TMI: Too Much Information), 남이 틀린 건 반드시 지적한다 등의 문항에 대해 ‘맞다 vs 아니다’를 표시하는 식이다. 은어 꼰대에서 파생된 신조어와 이런 테스트가 매체를 타고 빠르게 퍼지면서 기성세대들은 꼰대, 오래된 것은 나쁜 것, 버려야 할 것이라는 이미지가 고착되고 있는 상황은 청소년들에게 기성세대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인상을 심어줄 수 있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 의견이나 성향의 차이를 두고 세대를 나눠 꼰대라 칭하면서 한쪽은 옳고 다른 한쪽은 틀렸다는 식의 흑백논리로 다투는 일은 우리가 자신을 제한된 생각의 틀에 가두는 일이다. 앤드루 클레먼츠가 쓴《프린들 주세요》라는 책에서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많던 한 아이가 따분한 선생님의 수업에 대항해 ‘펜’을 ‘프린들’이라고 불렀고, 그 엉뚱한 신조어가 전국적인 인기를 얻어 10년 후엔 새 단어로 사전에 실리게 된다. 그러나 아이는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뒤, 한때 자신의 반대자로 여겨 싫어했던 그 선생님이 사실은 임의로 만든 신조어가 다수의 지지를 얻으면 새로운 말로 인정되는지 알아보려던 자신의 실험을 지지해준 숨은 후원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선생님께 사랑과 존경을 보낸다. 지금은 우리를 반대하는 것 같아 싫게만 느껴지는 것들이 어느 땐가 우리에게 공감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언어가 사람에 대한 편견을 심고, 편을 가르는 도구로 쓰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재윤 생글기자(염창중 1년) 2wondergir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