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행위가 세계화하는 속도만큼이나 질병도 빠르게 세계화하고 있는 것이다.
질병은 무역과 여행을 이동 수단으로 삼아 세계적으로 극성을 부리고 있다.
[생글기자 코너] 세계화시대에 걸맞은 방역체계 만들어야
“한창 기세를 떨칠 때는 어떤 사람이 밤중에 죽어서 장례식을 하러 온 친구 2명, 임종을 지켜보러 온 신부, 시체를 나른 사람까지 4명 모두 그 다음날 아침부터 영원히 일어나지 못한다.” “몇몇 친구와 모여서 점심을 먹고 나서는 저녁은 저승에 있는 조상님들과 먹는다.” 이것은 14세기 중세에 유행한 흑사병에 관한 이야기다. 흑사병은 1347년에서 1351년 사이에 7500만 명에서 2억 명의 인구를 죽음에 빠트린 최악의 역병이다. 오슬로대와 페라라대 공동 연구팀은 흑사병의 주원인에 대해서 연구했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에 게재된 이 연구에 의하면 “쥐와 쥐가 옮긴 벼룩이 흑사병의 주범으로 인식돼 왔지만,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역사적, 고고학적 증거가 부족하다. 우린 이번 연구를 통해 인간을 숙주로 삼는 이와 벼룩 같은 체외 기생충이 산업화 이전 유럽에서 전염병을 옮겼다고 본다. 인간은 전염병 전파에 쥐보다 더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인간이 아니라 쥐가 흑사병의 주범이었다면 전염속도가 그렇게 빠를 수 없었을 거라는 결론이다.

질병을 옮기는 주원인이 인간이라는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우리는 ‘세계화 시대’에 어울리는 방역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흑사병이 유행한 당시 인류의 이동수단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흑사병은 유럽에 오래 머물렀고, 18세기에 들어서야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근래에 세계를 휩쓴 바이러스 공포를 생각해보자. 지난 20년간 횡행한 가축질병은 무려 600여 종에 이르고, 우리나라만 해도 괴상한 바이러스 질병들이 잊을 만하면 한 번씩 급습했다. 경제 행위가 세계화하는 속도만큼이나 질병도 빠르게 세계화하고 있는 것이다. 질병은 무역과 여행을 이동 수단으로 삼아 세계적으로 극성을 부리고 있다. 결국 세계무역이라는 게 순수하게 상품이나 기계만 교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살아있는 모든 것이 옮겨가는 통로이자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항상 방역문제를 더 고민해야 한다.

김재환 생글기자(경희고 2년) ktkk224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