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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612호 2018년 10월 29일

4차 산업혁명 이야기

[4차 산업혁명 이야기] 인공지능이 진화할수록 인간의 영역인 ''직관''도 넘보죠


샤이 단징거 텔아브비대 교수는 이스라엘 판사들이 하루를 시작할 때와 점심 식사 직후 가석방 선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밝혀냈다. 플로리다주 브로워드 카운티에서는 영재를 파악하는 첫 단계로 부모나 교사의 추천에 의존했다. 그 결과 영재 수업을 받는 아이들의 56%가 백인이었다. 방식을 바꿔 2005년 이후 체계적이며 객관적인 선발을 위해 필기 IQ 검사를 했다. 그 결과 선발된 영재 가운데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이는 80%, 히스패닉계 아이는 130% 증가했다.

디지털 기술 초기의 인간과 기계의 분업

두 사례는 인간의 판단과 직관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인간의 육체를 보완했던 기계가 인간 지능의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기계가 오늘날 인공지능의 모습으로 인간 지능의 한 측면을 보완했던 것은 아니다. 디지털 컴퓨터의 등장은 이미 반세기 전에 우리 앞에 등장했다. 생산성 통계에서 컴퓨터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던 로버트 솔로의 뉴욕타임스 칼럼과 달리 1990년대 디지털 기술로 인한 생산성 증가는 두드러졌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들을 언급하지 않아도 일상생활에서 체감이 가능했다. 월드와이드앱의 등장은 기업 내부의 생산성 증가를 개별 소비자에게까지 확장시켰다. 인터넷으로 인해 텍스트는 물론 사진과 음성 등의 미디어 콘텐츠의 교류를 가능케 했으며, 이는 전자상거래와 인터넷 뱅킹 등 새로운 효율성을 창출해냈다.

2000년대 이전 디지털 기술은 인간 지능 가운데 복잡한 계산을 대신했다. 비경제학자 최초로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의 구분에 따르면 이는 ‘시스템 2’에 해당하는 능력이다. 그의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인간의 사고방식을 ‘시스템 1’과 ‘시스템 2’로 구분한다. 시스템 1은 인간이 가진 빠른 직관을, 시스템 2는 느리고 의식적이며 많은 노력으로 발전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디지털 기술의 등장 초기에 사람들은 수학과 기록과 같은 시스템 2의 능력은 컴퓨터에 맡기고 인간은 현명한 결정을 위한 직관력과 판단력을 계발하고 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공지능 시대, 인간과 기계의 역할

인간만의 영역으로 믿었던 ‘현명한 직관과 판단’은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한계가 드러났다. 인간의 판단 없이 오로지 공식에 의한 의사결정이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2000년 심리평가 저널 ‘Psychological Assessment Journal’에 실린 심리학자 윌리엄 그로브의 연구 결과는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는 심리학 및 의학 분야에서 임상적 예측과 통계적 예측을 정면으로 비교한 136건의 사례를 통해 인간이 수학 모형에 비해 나은 진단을 내린 비율이 6%에 불과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48%는 전문가의 예측과 통계적 예측 모두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인간과 기계의 분업 양상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카너먼은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시스템 1의 사고를 선천적이고 본능적이지만, 결함이 많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많은 편향도 지닌다고 소개한다. 심지어 인간은 시스템 2를 이용해 시스템 1의 편향적 직관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인 앤드루 맥아피와 에릭 브릭욜프슨은 그의 책 《머신|플랫폼|크라우드》에서 시스템 1과 시스템 2의 편향 및 결함을 극복하고 보다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기계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때와 장소에서 기계가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계를 활용한 시스템 2의 디지털 요소들이 시스템 1의 입력 없이 답을 제시하도록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시대, 인간의 필요성

오늘날 인간의 개입 없는 기계에 의한 의사결정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마존의 추천상품은 사람의 판단 없이 오로지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따라 소비자에게 제시된다. 아마존 매출의 약 35%는 추천상품에서 발생한다. 또한 아마존과 월마트는 수익 관리 알고리즘에 의해 인간의 개입 없이 소비자가격을 재고 상황에 맞춰 자동으로 조절한다.

물론, 시스템 2에 의한 판단이 아무리 정확하다고 해도 인간의 영역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차량 공유서비스 우버의 요금은 알고리즘에 의해 수요가 공급보다 많을 경우 자동으로 요금이 상승한다. 같은 알고리즘이 2014년 12월 시드니에서 발생했던 인질극 상황에도 적용됐고, 우버를 이용해 사건 현장을 벗어나려던 사람들로부터 심한 비난을 받았다. 인간의 개입이 필요했고, 2015년 파리에서 있었던 이슬람 연쇄 테러 공격 때는 인간과 알고리즘의 협력으로 동일한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인공지능 기술 시대, 직관에 대한 자기 과신과 기계에 의해 해석되지 않는 문맥을 서로가 점검하고 조절할 수 있다면, 인간은 언제나 ‘자신이 말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아는 존재’로 남을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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