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독창성과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한글이지만,
우리는 이렇게 우리 스스로 외래어를 무분별하게 오남용하면서
한글의 의미와 가치를 추락시키고 있다.
[생글기자 코너] 넘쳐나는 외국어 간판…우리 한글은 어디에
평소 자주 다니는 길거리를 떠올려보자. 순우리말을 사용한 간판이 몇 개나 떠오르는가. 우리나라의 길거리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간판은 넘쳐난다. 하지만 그것들은 우리말이 아닌 외국어인 경우가 대다수다. 최근 572돌을 맞았지만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독창성과 우수성, 과학적인 창제 원리를 가진 한글은 정작 우리나라에서 홀대받는 상황이다.

올해 초 태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 태국의 길거리를 돌아보는데 그 나라의 거리에 있는 상점들의 간판이 태국어로만 적혀있어서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처음에는 간판에 외국어가 적혀있지 않으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아올 때 어떻게 알아볼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그 의문은 잠시 후 사라졌다. 그곳은 태국이며, 태국인들의 거주지이니 태국어를 사용한 간판이 많은 게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2주 후, 한국에 돌아와서 태국에서 느낀 새로운 시선으로 평소 다니던 길거리 보니 매우 놀라웠다. 거리에 쓰인 간판 중, 한국어가 적힌 간판은 거의 없었다.

외국인 관광객을 배려한 의미로 외국어가 쓰인 간판을 사용했다는 의견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외로 관광여행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그 나라의 길거리를 돌아보는데 우리나라 말로 쓰인 간판이 널려있는 모습을 본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그 나라에 관광왔다는 분위기를 느끼기보다는 다시 우리나라에 온 것만 같은 아쉬움이 들 것이다. 오히려 관광산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영어나 일본어 등 한글이 아닌 외국어 표기가 더 세련되고 고급스럽다는 인식도 있다. 실제로 모대학교 앞 한 가게 사장은 “별 뜻은 없지만 멋있어 보여 손님들이 더 많이 찾을 것 같았다”고 했다. 영어교육이나 외국어교육이 강화되면서 새롭게 생기게 된 인식을 통해 이뤄진 결과물이 길거리의 간판을 통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세계적으로 독창성과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한글이지만, 우리는 이렇게 우리 스스로 외래어를 무분별하게 오남용하면서 한글의 의미와 가치를 추락시키고 있다. 이러한 실태는 제도적 개선만으론 고치기 힘들고, 한글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개선돼야만 개선이 가능하다. 세련되고 아름다운 한글을 우리나라 5000만 국민이 사랑해야 세계도 우리 한글을 더 주목할 것이다.

조하은 생글기자(거제고 2년) gkdms297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