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논란

대통령까지 "규제 풀라" 했지만 여당 내부에서도 반발
인터넷은행 대기업 지분 제한에 묶여 원천적 한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7일 “인터넷전문은행이 국민의 큰 호응과 함께 금융권 전체에 전에 없던 긴장과 경쟁을 불러일으켰지만 (금융시장에) 정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등장하면서 기존 은행들이 모바일뱅킹 대출을 활성화하는 등 온라인 시장이 확대됐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기존 금융시장에서 소비자를 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나서면서다. 하지만 은산분리 규제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이 한계에 부닥쳤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다.

혁신 막은 규제 ‘붉은 깃발법’

문 대통령은 같은 날 서울시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19세기 영국의 ‘붉은 깃발법’을 예로 들었다. 영국 의회는 19세기 후반 증기자동차에 운전수, 증기엔진의 물을 끓이는 기관원, 그리고 기수 등 세 명이 탑승하도록 조례를 만들었다. 기수는 자동차 앞에서 걸어가며 붉은 깃발을 흔들어 자동차가 접근한다는 것을 알리는 동시에 자동차 속도를 제한하는 역할을 했다.

영국이 이 같은 규제를 도입한 것은 자동차산업에 일자리를 뺏길 것을 두려워한 마부들 때문이었다. 하지만 영국이 이런 ‘붉은 깃발법’으로 규제를 유지하는 동안 독일, 미국, 프랑스 등은 내연기관 자동차를 발명했다. 영국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주변국에 뺏기게 된 계기가 됐다.

문 대통령이 붉은 깃발법을 예로 든 것도 은산분리 규제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인터넷은행 대기업 지분 제한에 묶여 원천적 한계
건전성 강화가 은산분리 취지지만…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은산분리 규제의 영향으로 성장의 한계에 봉착했다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자본 확충을 하기 힘든 상황이다. 은산분리는 산업 자본이 의결권 있는 지분을 4%(4% 제외한 지분의 의결권 미행사 때 최대 10% 보유 가능) 이상 갖지 못하도록 한 규제다. 대기업들이 은행을 소유한 뒤 대출을 마구 끌어다 쓸 수 있다는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만들었다.

은산분리 규제 자체의 필요성에 대해선 반론을 제기하는 전문가가 많지 않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 규제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기존 은행들은 초기부터 국가 재정을 기반으로 설립됐다. 1980년대 이전만 해도 은행 지분엔 정부가 어느 정도 포함돼 있었다. 1980년대 들어 정부는 국가 소유의 은행들을 하나씩 민영화했다. 당시 산업 자본이 은행에 들어올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 은산분리 규제가 생겼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이들과 사정이 다르다. 설립 때부터 정부 지분이 아예 없었다. 케이뱅크는 KT와 우리은행, NH투자증권, 한화생명, GS리테일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했다. 카카오뱅크는 한국투자금융지주, 카카오, 국민은행 등이 참여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신용대출 등을 중심으로 무섭게 성장했지만 곧 한계에 부딪혔다. 자기자본 부족으로 대출 상품을 추가로 내놓을 수 없게 돼서다. 주주들을 대상으로 자본 확충을 요청했으나 은산분리 규제가 증자를 막고 있다.

여당조차 의견 갈리며 규제 완화 제동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자산 10조원이 넘는 대기업 집단 중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기업만 예외적으로 허용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만 인터넷전문은행의 지분을 추가 취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얘기다. 반면 야당은 인터넷은행 허가 요건 정도만 법안에 명시하고 구체적인 인허가권은 법 하위 개념인 시행령에 위임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여야 간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것은 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서다. 내부 결속이 안 되니 야당과의 협상에서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민주당은 정권이 바뀌기 전 야당 시절에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 강력 반대해 왔다. 문 대통령이 규제 완화를 강력 주장했지만 크게 힘이 실리지 못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다.

박신영 한국경제신문 금융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