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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606호 2018년 9월 10일

Cover Story

美·日·EU 등 선진국들 인터넷은행 적극 육성


지난해 출범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한국의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은산분리 규제에 꽉 막혀 추가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금융 선진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인터넷은행을 허가해 적극 육성하고 있다. 규제 완화를 통해 산업 자본의 은행업 진출 기회는 열어놓되 대주주에 대해선 특혜성 대출을 차단하는 감독체계를 갖춘 게 선진국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제조업체들이 인터넷은행 운영

세계 최초 인터넷전문은행인 시큐리티퍼스트네트워크뱅크(SFNB)는 1995년 10월 미국에서 설립됐다. 미국에선 비(非)은행 금융회사는 물론이고 산업 자본에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허용하고 있다. 1956년 제정된 미 은행지주회사법(BHCA)에 따르면 산업 자본(비금융 주력자)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보유 한도는 25%다. 우리나라의 4%와는 큰 차이가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해외 인터넷은행 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시중은행 산하 자회사 형태로 시장에 진출했던 미국 인터넷전문은행들은 2000년대 초반 대부분 실패한 뒤 모회사 사업부로 흡수됐다. 지금은 대부분 제조업체와 비금융사가 인터넷은행을 이끌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과 제너럴모터스(GM) 등 대표 제조업체들도 인터넷전문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대신 미국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규정 215조에 의거, 대주주를 포함한 일체의 내부자에게 특혜성 대출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내부자 남용(insider abuse)’으로 간주해 엄벌에 처하고 있다.

EU에선 산업 자본의 은행 소유를 금지하는 법안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일반 기업이 은행 지분을 일정 비율 이상 취득할 때마다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하되, 기업이 비위를 저지르지 않도록 감독하겠다는 취지다. EU에선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가 금융자본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BMW나 폭스바겐그룹처럼 일반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두 기업은 고객들이 자사 차량을 구매할 때 산하 인터넷전문은행을 이용하면 혜택을 주고 있다.


일본은 모기업과 인터넷은행 ‘윈윈’

인터넷전문은행이 가장 활발한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은 2000년부터 비금융업의 은행업 진출을 허용하고 있다. 이달 초 기준으로 일본에선 8개 인터넷은행이 운영되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 3월 말까지 6년간 일본 인터넷은행의 총자산은 120%, 당기순이익은 38%, 계좌 수와 대출은 각각 92%, 280% 증가했다. 직원 수도 같은 기간 2617명에서 5054명으로 늘어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0년 미쓰이스미토모은행과 야후 등이 재팬네트은행을, 2011년 전자업체 소니가 소니은행을 각각 설립했다. 이 밖에도 편의점 세븐일레븐재팬이 설립한 세븐은행(2001년), 유통업체 이온그룹이 세운 이온은행(2006년), 다이와증권그룹이 설립한 다이와넥스트은행(2010년) 등이 있다.

물론 일본도 산업 자본이 은행을 인수·설립할 때 주요 주주 규제를 두고 있다. 총 의결권 5%를 넘는 주식을 확보했다면 당국에 신고하고, 20% 이상 보유 때는 미리 인가를 받아야 한다. 다만 이런 사항을 충족하면 별다른 제한이 없다. 일본 인터넷은행 8개 중 금융자본이 주도한 은행은 단 2곳(스미신SBI네트은행, 다이와넥스트은행)이다. 나머지 은행들은 전자상거래 등 기술기업이다. 이들은 모기업의 장점을 살려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특히 소니와 라쿠텐 등 기업들은 자사 기업 서비스를 많이 이용할수록 더 좋은 금리와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중국은 전반적인 금융 시스템이 선진국과 한국에 비해 뒤처져 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만큼은 한국을 앞서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 공룡’ 텐센트가 설립한 인터넷전문은행 1호인 위뱅크의 지난해 순익은 전년 대비 26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은행(4.7%), 교통은행(4.4%), 공상은행(2.8%) 등 중국 국유은행들이 한 자릿수 순익 증가율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강경민 한국경제신문 금융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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