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4차 산업혁명과 인공장기

바이오와 신기술의 융합으로
인공장기 기술 발달 빨라져
법적·제도적 인프라 구축 필요

김동영 <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 >
줄기세포를 이용해 만든 뇌 오르가노이드(미니 인공장기) 덩어리가 실험실 샬레(실험용기)에서 배양되고 있다. 싱가포르 게놈연구소 제공
줄기세포를 이용해 만든 뇌 오르가노이드(미니 인공장기) 덩어리가 실험실 샬레(실험용기)에서 배양되고 있다. 싱가포르 게놈연구소 제공
2016년 12월 돼지의 췌도가 원숭이에게 성공적으로 이식되었다. 서울대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은 캡슐을 이용하지 않고 췌도를 직접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세계보건기구의 조건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충족했다. 캡슐 교체를 위한 재수술 없이 제1형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제1형 당뇨병은 자가면역질환으로 주사를 사용한 인슐린의 체내 주입이 유일한 치료 방법이다. 인슐린분비 담당기관인 췌도 이식은 당뇨병 환자들을 주사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줄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종장기 이식 기술

췌도 이식은 장기이식 기술 가운데 이종장기(異種臟器) 분야에 해당한다. 이종장기란 다른 종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종장기 이식을 위해서는 면역 거부반응을 없애는 유전자 형질 변환 기술이 필요하다. 사람 몸속에 다른 동물의 장기를 넣으면 즉각적인 거부반응이 나타나는 탓이다. 장기와 혈관을 연결하는 순간부터 조직이 괴사할 만큼 거부반응이 강하다. 돼지는 동물 가운데 장기이식 가능성이 가장 높다. 영장류인 원숭이나 고릴라가 급성면역반응이 없다는 점에서 돼지보다 안정적이지만, 돼지에 비해 10배 이상 비싸고 장기의 성장을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반면 돼지는 임신 기간이 100일에 불과하고, 수개월 만에 이식 가능한 크기로 장기가 성장한다.

최근 자주 언급되는 유전자 가위 기술도 활용된다. 이식에 성공한 이후에도 사람의 혈관이 돼지의 장기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장기가 사람의 세포에 적응하지 못해 나타나는 세포 거부반응도 나타난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이런 부작용을 야기하는 세포를 편집한다. 거부반응을 억제하는 유전자를 돼지 유전자에 끼워 넣는 것이다. 유전자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인공장기는 현재 가장 실용화 가능성이 높은 분야이며, 환자가 적합한 장기를 이식받을 때까지 생명을 연장해주는 가교역할을 수행할 만큼 발전했다. 생명 연장이라는 인류의 꿈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3D 바이오프린팅 기반의 인공장기

이종장기 분야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면역거부반응으로 인한 부작용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세포 기반의 인공장기 기술은 부작용이 없는 장기이식을 실현할 수 있는 분야다. 이는 세포 및 생체 재료를 이용하여 조직이나 장기를 개발하는 기술로서, 현재 줄기세포 기술과 3차원(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각광받고 있다.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기술은 환자 몸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로 장기를 만든다. 이를 ‘오르가노이드(organoid)’라고 한다. 오르가노이드는 실험용으로 배양하는 초소형 생체기관으로 실제 장기와 기능이 유사하다. ‘미니 장기’ ‘유사 장기’로 부르는 이유이다. 2013년 다카베 다카노리 일본 요코하마시립대 교수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간 세포를 만들고 내피세포 등과 섞어 간 싹을 만들었다. 이를 동물의 병든 간 주변에 이식하자 혈관이 연결되면서 실제로 간 기능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손미영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가 신약 개발을 위한 미니 창자인 ‘소장 오르가노이드’를 만들었다.

3D 바이오프린팅을 이용한 인공장기 개발도 활발하다. 미국의 생명공학회사 오가노보는 2013년 수만 개의 세포로 구성된 바이오잉크를 사용해 1㎝가 되지 않는 인공 간 ‘Ex Vive TM’을 제작했다. 인공간은 42일간 생명활동을 유지했으며, 2014년부터 신약개발용으로 판매되고 있다. 초소용 인공심장을 만든 경우도 있다. 울산과학기술원과 미국 웨이크포레스트 재생의학연구소는 3D 바이오프린팅을 이용해 2016년 길이가 0.25㎜인 인공심장을 만들었다. 이 밖에도 3D 바이오프린팅을 활용해 면역거부반응이 없는 다양한 장기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오르가노이드 기술과 결합되어 수술에 활용할 수 있는 인공장기 생산을 시도하고 있다.

규제와 법적 제도 마련 필요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
문제는 규제이다. 인공장기 관련 기술은 규제 완화와 함께 관련 규제의 정립이 동시에 요구되는 분야다. 특히, 이종이식의 경우 세계보건기구와 국제이종이식학회는 자국의 감독 하에 진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이종장기 기술이 오랫동안 정체되었던 탓에 과거의 가이드라인만 존재한다. 이에 대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바이오 인공장기 기술영향평가 보고서’를 통해 가이드라인 재검토와 명확하고 체계적인 법적·제도적 장치의 정비를 언급하면서, 바이오 인공장기 및 장기이식을 전문적으로 담당할 전문 병원 설립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신기술의 임상 적용을 위한 규제 선진화 속도를 높여줄 것을 강조하고 있다. 다양한 기술이 융합되고, 파급 범위가 넓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를 위한 노력은 현존하는 3만여 명의 장기이식 대기자를 위한 숙제이자, 지난 5년간 장기이식 대기 중에 목숨을 잃은 7776명의 국내 환자들을 위한 위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