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대북 경제협력 어떻게
남북 경협 방안 쏟아지지만 北 비핵화 선행돼야 '실효'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연내 남북 철도·도로 착공 등 경제협력(경협)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한반도 신(新)경제지도’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셈이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자칫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남북 경협은 단순히 남한과 북한 두 나라만의 합의로 이뤄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신(新)북방정책 로드맵…청사진은 ‘장밋빛’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지난 6월18일 ‘신(新)북방정책 로드맵’을 발표했다. 4·27 남북한 정상회담과 6·12 미·북 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공개한 경협 밑그림이었다. 신북방정책의 핵심은 기존 ‘한반도 신경제지도’ 전략을 중국, 러시아와의 북방정책과 연계·발전시킨 것이다. 먼저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접경지역을 산업특구로 지정해 중국·러시아와 공동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담았다. 남한에 비해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을 활용하는 게 핵심이다. 중국 접경 지역인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와 함경북도 나진시 및 선봉군 일대를 대상으로 꼽았다.

부산을 출발해 북한~러시아 모스크바로 연결되는 ‘한반도 유라시아 철도’ 등 인프라 사업도 구체화했다. 철로를 이용하면 유럽까지 뱃길(43~50일)보다 20일가량 시간이 줄어든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남측 미연결 철로 부분인 동해북부선(강릉~제진)을 조기 착공하기로 했다. 완공되면 부산에서 시작된 철로가 북한 원산과 나진을 거쳐 러시아 시베리아횡단철도와 이어진다. 이 밖에도 농업 부문 경협과 북극항로(부산에서 출발해 러시아 동쪽 베링해협을 지나 북쪽 북극해를 지나가는 항로) 개발 가속화 등도 문 대통령이 그린 경협 로드맵에 포함돼 있다.
남북 경협 방안 쏟아지지만 北 비핵화 선행돼야 '실효'
한발 더 나아간 철도공동체·통일경제특구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동아시아 철도공동체’와 경기·강원 등 접경지역에 통일경제특구를 구축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선언은 앞선 로드맵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를 깜짝 제안한 문 대통령은 유럽연합(EU)과 같은 발전 모델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1951년 유럽 6개국이 전쟁 방지, 평화 구축, 경제 재건이라는 목표 아래 창설한 ‘유럽석탄철강공동체’가 EU의 모체가 됐다”고 강조했다. 북핵 6자회담 당사국에 몽골을 더한 7개국이 철도공동체로 시작해 에너지·경제공동체로 이어지고, 이는 동북아 다자평화안보 체제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 “비핵화 조치가 우선” 지적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비핵화가 담보되지 않은 채 남북 경협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장밋빛 희망을 쏟아내자 우려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곧장 “북한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현 시점에서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제안이 미국의 분노를 야기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권원순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이 제시한 30년간 170조원의 경협 효과는 우리에게 너무나 먼 얘기”라며 “비핵화라는 선결조치 없이 과거부터 이어져 온 철도 등의 정책이 아니라 새로운 협력 제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철도·도로 연결 등의 경협사업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북 제재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미국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사업에 필요한 민간 자본을 유치하는 데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2375는 대북 투자 및 합작사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비상업적이고 이윤을 창출하지 않는 공공인프라 사업’에 대해 예외를 두고 있지만, 동아시아 철도공동체가 공공 인프라 사업에 속하는 것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금강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 재가동 등의 문제도 모두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대북제재 등과 맞물려 있다.

● NIE 포인트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경협 효과가 ‘30년간 170조원’이라고 했지만 우리측이 얻을 실익이 적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토론해보자. 남북 경협이 추진되려면 어떤 조건들이 맞아야 하는지, 우리 삶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도 생각해보자.

박재원 한국경제신문 정치부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