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글로벌 이슈 난민문제
전 세계가 난민 문제를 놓고 치열한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난민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인도주의적 관점과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민족주의적 입장이 정면 출동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난민의 역사가 곧 인류의 역사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계절적 문제로 대륙을 이동한 호모사피엔스부터 예수, 모세 등 종교적 박해에 의해 국가를 떠난 이들이 모두 ‘난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난민 문제가 국제사회 의제로 떠오른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국제사회가 난민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한 건 제1차 세계대전 이후다. 2000년대 들어 이슬람국가(IS)가 등장하고 중동 각지에서 내전이 발생하면서 난민 문제는 유럽 각국의 정당 득표수를 바꿔놓을 정도로 큰 이슈로 자리 잡았다.

한국,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난민법 시행

한국은 1992년 난민협약에 가입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처음으로 2013년 난민법을 시행했다. 한반도 역사에서 난민은 365년 전에 처음 등장한다. 조선왕조실록은 1653년(효종 4년) 8월16일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의 선박 한 척이 제주도로 난파했다는 기록을 담고 있다. 일본 나가사키로 향하던 헨드릭 하멜과 선원 64명은 거센 풍랑을 만나 제주도로 표류한다. 선원 38명만 목숨을 부지한 채 간신히 섬에 닿았지만 조선에 머물면서 갖은 고초를 겪었다. 13년 뒤 하멜은 8명의 동료와 함께 고국으로 돌아가 이 시절의 경험을 토대로 《하멜 표류기》를 집필한다. 조선의 생활상, 정치 체계 등을 세세히 기록한 유럽 최초의 역사 사료다. 물론 엄격한 의미에선 난민으로 보기 어려운 면도 있다.
난민 늘지만 수용은 줄어… "'톨레랑스' 사라진다" 지적도
1975년 이후에는 베트남을 탈출한 ‘보트피플’이 배에 몸을 싣고 자유를 찾아 항해했다. 베트남전쟁이 끝나고 월남이 공산화되자 베트남인과 거주하던 외국인들이 밀항해 난민이 됐다. 1979년 캄보디아 전쟁, 중국 전쟁 등을 거치면서 베트남을 떠나는 난민의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인근 국가에서 난민 수용을 거부하면서 바다 위에서 죽는 사람이 많아지자 ‘바다의 아우슈비츠’라는 말도 생겼다.

한국으로 망명 오는 난민이 늘면서 정부는 부산에 보트피플이 임시 거주할 수 있는 베트남적십자난민보호소를 세웠다. 1985년에는 참치 조업을 하던 전제용 선장이 96명의 난민을 바다 위에서 구해냈다. 당시 25척의 다른 배로부터 구조 요청을 거절당한 터였다. 이들은 전 선장을 ‘유엔의 노벨상’으로 알려진 난센상 후보로 추천했다. 난민 구호에 생을 바쳤던 노르웨이 탐험가 트리트요프 난센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최종 후보에까지 올랐지만 아쉽게 수상하지 못했다.

난민의 중심 유럽…“유럽에서 톨레랑스 사라졌다”

유엔은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 각종 국제기구를 창설했다. 1943년 유엔구제부흥사업국, 1947년 국제난민기구에 이어 1949년부터 유엔난민기구를 만들었다. 난민 문제를 해결하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기구다. 본국 귀환과 제3국 정착 등 삶의 질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늘어나는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다. 난민 숫자는 늘어나는 반면 이들을 수용하려는 국가는 적어서다.

최근 표류하는 난민의 주요 발원지는 시리아 등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대 국가다. 자국 내 전 지역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시리아에선 1000만 명 이상이 탈출했다. 유럽 각국은 이들을 수용하는 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유럽 고유의 ‘톨레랑스’ 문화가 사라졌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톨레랑스는 관용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종교·인종 등이 다르다는 점(차이) 때문에 타인을 차별하지 않는 정신을 의미한다.

현재 유럽에선 난민을 더 이상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주장이 주류다. 난민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이슬람국가의 테러리스트들이 밀입국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에서다. 유럽에 안착한 난민들이 정착지 문화와 관습에 동화하지 않고 그들 고유의 이슬람 가치관을 고집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그들만의 문화와 생활 방식에 사로잡혀 사회 통합을 저해한다는 게 많은 유럽인의 인식이다.

● NIE 포인트

종교와 인종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차별하지 않는 ‘톨레랑스’의 전통을 지닌 유럽 국가에서도 난민 수용을 거부하는 정당이 득세하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세계 난민의 역사를 정리해보자. 난민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도 토론해보자.

김형규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