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엄지척'과 '엄지를 치켜들다'의 차이
'엄지척'도 제법 쓰인다. 국립국어원의 개방형 사전인 '우리말샘'에는 2016년 10월에 등재됐다. 하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사전에 등재된 표준어는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회담이 지난 12일 열렸다. ‘역사적 만남’이었던 만큼 화제도 많았다. 그중 트럼프가 김정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위로 들어 올린 장면은 여러 해석을 낳았다. 그동안의 관계에 비춰볼 때 ‘파격적 행동’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 동작은 상대방을 최고라고 치켜세우거나 잘했다고 칭찬할 때 나온다. 우리말과 관련해서도 생각할 거리가 있다.

‘엄지를 치켜들다’가 가장 적절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엄지척'과 '엄지를 치켜들다'의 차이
영어에서는 이를 ‘썸업(thumbs up)’이라고 한다.(외래어표기법으로 하자면 ‘섬업’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의미가 잘 전달되지 않고 말맛도 없다.) 일상에서 자주 하는 동작이지만 아쉽게도 우리말에는 이를 나타내는 단어가 없다. 풀어서 설명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형화된 표현이 없기 때문에 서술어가 중구난방이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엄지를 올리고 있다.’ 이때 엄지를 단순히 ‘올린다’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엄지를 들다/세우다/들어올리다/치켜들다/추켜세우다/추어올리다’ 등 10여 가지 동사가 뒤섞여 쓰인다. 여기에 ‘들어보이다/세워보이다/치켜올려 보이다’ 등 ‘-보이다’ 동사가 결합하기도 한다.

‘추키다’와 ‘치키다’는 의미상 거의 같은 뜻으로 바꿔 쓸 수 있는 말이다. 공통적인 의미는 ‘위로 올린다’는 것이다. 각각의 말은 다른 말과 어울려 여러 합성어를 이룬다. ‘추켜들다/치켜들다’ ‘추켜올리다/치켜올리다’ ‘추켜세우다/치켜세우다’ 모두 섞어 쓸 수 있다. 그런데 이들 중에는 단어가 아닌 게 있다. 가령 ‘치켜올리다’란 말은 쓰기에 마땅치 않다. ‘추켜올리다’ ‘추어올리다’의 북한어로 처리돼 있기 때문이다. ‘추켜올리다/추켜세우다’에도 현재로선 ‘칭찬하다’란 의미가 없다. 이들은 ‘위로 치올리다’란 뜻으로만 쓸 수 있을 뿐이다.

‘자연스러움’이 순화의 방향

일단 엄지와 어울려 상대방을 칭찬한다는 의미를 담기 위해선 순수하게 ‘위로 들어올리다’란 뜻을 나타내는 동사가 와야 한다. ‘치켜세우다(정도 이상으로 크게 칭찬하다)/추어올리다(실제보다 높여 칭찬하다)’ 같은 말은 그 자체로 칭찬하는 뜻을 담고 있으므로 이들과 다시 엄지를 결합해 쓸 이유가 없다. 그 외 ‘치켜올리다/추켜올리다/추켜세우다’ 따위도 국립국어원에서 ‘칭찬하다’라는 뜻을 담는 쪽으로 수정을 검토 중이다. 현실적 쓰임새를 반영한다는 얘기다. 어감상의 차이도 있다. 위로 올리는 동작은 같아도, ‘바지춤을 추켜올리다’란 말은 자연스럽지만 ‘엄지를 추켜올리다’는 어색하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엄지를 치켜들다’가 적절할 듯하다. 이는 관용구로 삼을 만하다.

‘엄지척’도 제법 쓰인다. 국립국어원의 개방형 사전인 ‘우리말샘’에는 2016년 10월에 등재됐다. 하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사전에 등재된 표준어는 아니다. 국어원 등에서 절차를 밟아 순화한 것이 아니라 언중 사이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말로 보인다. 영어 ‘썸업’을 우리말로 옮긴, 괜찮은 말로 평가할 만하다. 정식 사전에 올려 새말이 빨리 자리 잡을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하이파이브도 곤혹스러운 말이다. 국어원에서는 이를 ‘손뼉맞장구’로 순화했다. 그러나 ‘엄지척’과 달리 어감도 안 좋고, 널리 쓰이지도 않는다. 우리말 순화는 인위적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언어의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나고 자라야 한다. 좋은 우리말 발굴과 대안 제시가 우리말 순화와 진흥의 관건인 셈이다. 그래야 우리말 자체로도 경쟁력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