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신흥국 위기설(說)이 끊이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이 긴축 속도를 높일 조짐을 보이면서다. 신흥국들이 자금 이탈과 통화 가치 급락을 막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고 정책 금리를 인상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금융시장 불안은 되레 커지고 있다.

선진국 긴축에 취약한 신흥국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긴축 기조를 강화하자 아르헨티나 페소화의 통화가치는 연초 대비 34%, 터키 리라화는 19%, 브라질 헤알화는 18%,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는 6%, 인도 루피화는 6% 가량씩 각각 떨어졌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보통 달러화 강세로 이어진다. 경상수지 적자에 시달리는 일부 신흥국은 달러화 가치 상승으로 채무 상환 부담이 커진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신흥국 외채 중 달러화가 전체의 3분의 2에 달하는 8조3000억달러(약 8900조원)다.
재정 악화 속 美 금리인상… 남미 등 신흥국 위기설 확산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긴축 정책의 여파에 가장 취약한 국가로 터키, 아르헨티나,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을 꼽았다. 일본 SBI증권의 소마 츠토무 채권담당 연구원은 “단기 외채와 경상수지 적자가 큰 나라들이 (주요국 긴축으로) 더 큰 압박을 받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신흥국에서 자금을 빼내 미국 자산 투자로 옮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넘쳐나는 유동성에 기댄 경제 호황기는 막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프랑스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은 높은 경제성장률과 낮은 물가상승률로 신흥국 자산 시장에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시기는 끝났다고 분석했다.

정치·재정위기가 금융 불안 가중

일부 신흥국은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커지면서 취약성을 드러냈다. 단기 외채에 의존하는 경제구조 때문이다. 재정 악화까지 겹치면 정부의 유동성 공급 확대를 통한 환율 방어도 어려워진다.

세계 3위 원유 수입국인 인도네시아는 국제 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경상수지 적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올 4월부터 연료 보조금을 확대하고 석탄·쌀 등에 가격통제를 도입하는 포퓰리즘(대중 인기영합주의) 정책을 택했다.

브라질과 터키에선 정치 불안이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브라질은 오는 10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부의 재정 개혁이 차질을 빚는 모습이다. 국내총생산 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지난 4월말 75.9%를 기록, 역대 최고 수준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브라질의 공공부채 부담이 가중되는 주요인으로 연금 적자 누적을 꼽는다. IMF는 브라질의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2023년 96.3%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이 연금 수령 연령을 높이는 등 연금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개혁안에 대한 브라질 연방의회의 표결은 대선 이후로 미뤄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오는 24일 조기 대선을 앞두고 당장 인기를 떨어뜨릴 수 있는 금리 및 물가인상 조치에 소극적이다.

복지지출 늘린 한국도 재정 위협

GDP 대비 정부 및 공공기관의 부채 비율은 재정 건전성을 판단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공공부채 규모는 국가신용등급의 평가 기준이기도 하다. 다만 부채 비율이 높더라도 정부 생산성이 높거나 잠재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분야에 집중 투자한다면 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반면 부채 비율이 낮아도 잠재적으로 정부 채무가 커지는 구조라면 재정이 건전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한국의 GDP 대비 공공 부채 비율은 2015년 64.2%에서 지난해 63.3%로 조금 개선됐다. 관건은 복지 지출의 확대 속도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11~2017년 정부의 총지출이 연평균 4.4% 늘어나는 동안 복지 지출은 7.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분배’를 중시하는 현 정부에선 복지 지출이 더욱 큰 폭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재정 건전성 문제가 불거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NIE 포인트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큰 국가가 달러 강세와 맞물려 외환위기를 겪게 되는 이유를 정리해보자. 달러 강세로 인한 환율 변화가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토론해보자.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면 외환위기에 취약해지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추가영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