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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597호 2018년 6월 4일

서양철학 여행

[김홍일쌤의 서양철학 여행] (44) 헤겔 (상): 헤겔의 변증법


헤겔 철학은 칸트가 멈춰선 바로 그곳에서 출발한다. 칸트는 인간의 이성이 ‘물자체’라고 하는 세계의 본 모습을 알 수 없으며 단지 그것이 나타난 현상만을 알 수 있을 뿐이라고 하며, 이성의 권한을 제한하는 지적 겸손을 보였다. 그런데 헤겔은 모든 것을 낳고 그 구석구석까지 꿰뚫어보는 신적 이성을 제시함으로써 칸트가 이성의 인식 능력의 한계라고 선언한 물자체의 영역으로 진입한다. 이 물자체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방법이 바로 헤겔 변증법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변증법’ 하면 헤겔을 떠올리고 그 내용이 ‘정(正)·반(反)·합(合)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헤겔은 변증법을 정·반·합으로 이야기한 적이 없다. 사실 정·반·합의 변증법은 독일 철학자 피히테가 말한 것으로, 헤겔은 이러한 변증법을 도식적이라고 비판한다. 헤겔은 변증법을 살아 있는 현실의 운동하는 원리 자체로 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내가 오늘 친구를 만났다. 나는 떡볶이를 먹고 싶은데, 친구는 야구장에 가자고 한다. 그럴 때 정(正)은 떡볶이를 먹는 것이고, 반(反)은 야구장을 가는 것이다. 그러면 이 둘의 합(合)은 무엇일까? ‘야구장에서 떡볶이를 먹는 것’으로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논리는 변증법과 전혀 상관이 없다. 왜냐하면 ‘반’은 모순적으로 ‘정’에서 도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변증법은 모순 관계이다. 그런데 앞의 예시는 모순이 아니라 반대 관계이다. 모순은 둘이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관계를 말한다.

밀알→잎과 줄기→새 밀알

이제 변증법의 예를 살펴보자. 변증법이란 밀알이 썩어 줄기와 잎이 나고 다시 그 줄기와 잎이 시들면 수많은 밀이 열리는 이치와 같다. 처음의 밀알이 정(正)이라면 줄기와 잎은 반(反)이며, 다시 생겨난 밀은 합(合)이라 할 수 있다.

변증법은 형식 논리와 비교해보면 그 특징이 잘 드러난다. 아리스토텔레스식 형식 논리의 근본을 이루고 있는 것은 동일률과 모순율이다. 동일률이란 동일한 사유 과정에서의 판단은 반드시 동일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법칙이고, 모순율은 어떤 사유 대상에 대하여 동일한 시간과 관계 아래에서는 두 가지 모순되는 판단을 할 수 없다는 사유 법칙이다. 이러한 형식 논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모순이 없다는 점이다. 반면 변증법 논리에서는 대립이나 모순이 논리의 핵심적인 계기가 된다. 모든 일은 모순과 대립을 포함하고 있지만, 모순 때문에 변화하고 발전하며 또한 진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순이야말로 변화와 발전의 원동력인 것이다. 헤겔의 변증법은 이와 같은 모순의 논리, 즉 변화와 발전의 논리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변증법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 지나치지 말아야 할 개념이 지양(止揚)이라는 말이다. 이는 대립하는 두 견해가 제3의 입장으로 종합되는 계기를 가리킨다. 따라서 지양이라는 말은 두 견해의 좋은 점은 취하고 나쁜 점은 버려서 한 단계 더 높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고정된 지식을 부정

헤겔은 변증법을 통하여 인간의 정신에 관한 놀라운 철학적 통찰을 보여주었다. 왜냐하면 인간의 정신이 진보하는 과정은 변증법적 단계를 따르기 때문이다. 변증법은 고정되고 편협한 지식을 부정할 것을 요구하며, 동시에 상식의 테두리에 갇힌 우리를 끊임없이 움직이게 만든다. 이러한 과정을 끊임없이 거치면 초보적인 지식을 넘어 진리에 가까이 갈 수 있다는 것이 헤겔의 이상이다. 소크라테스가 말하듯이 지식이라는 것은 처음에는 착각에서 시작하여 다양하게 문답을 나누고 음미해 나가는 중에 차츰 수정되는 것이다. 철학이 하는 일은 착각을 타파하고 더욱 위대한 사고로 고양시켜 가는 방식을 제공하는 데 있다는 점에서 헤겔의 변증법은 철학의 본질적인 기능을 하고 있다.

● 기억해주세요

변증법이란 밀알이 썩어 줄기와 잎이 나고 다시 그 줄기와 잎이 시들면 수많은 밀이 열리는 이치와 같다. 처음의 밀알이 정(正)이라면 줄기와 잎은 반(反)이며, 다시 생겨난 밀은 합(合)이라 할 수 있다.

서울국제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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