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는 회복세 지속 중인데
한국은 곳곳에서 '경기 둔화' 신호

경기선행지수 3개월째 내리막
기업 실적 악화에 수출도 후퇴
세계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출구가 보이지 않는 불황의 터널로 진입했다. 수많은 기업이 도산했고, 가장들은 길거리에 나앉았다. 그리스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은 국가 부도 직전으로 내몰렸다. 각국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지만 역부족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한국은 세계 추세와 달리 ‘역주행’ 중이다. 경기 회복세가 벌써 꺾이고 있다는 경고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징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에서 먼저 드러났다. 경기선행지수는 미래의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지표다. 지수가 100 이상이면 경기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100 이하면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경기선행지수는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줄곧 100 이하였다. OECD의 평균 수치보다 낮았다.
[뉴스 인 포커스] 기업 이익 줄고 수출도 둔화… 한국 경제만 역주행하나
기업 실적 ‘곤두박질’

한국 대표기업들의 영업이익도 줄고 있다. 올 1분기 삼성전자를 제외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작년 1분기보다 감소했다. 사상 최대 호황을 맞고 있는 반도체 분야를 제외하면 대다수 기업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줄었다.

운수장비업체의 평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6.47% 쪼그라들었다. 대표 수출기업인 현대자동차만 해도 이익이 45.53% 감소했다. 정유·화학(-14.73%), 통신(-10.38%), 기계(-6.32%) 등의 실적도 부진했다. 올 1분기 적자로 돌아선 기업 역시 흑자전환 기업(39곳)보다 많은 56곳으로 집계됐다. 작년 1분기 적자전환 기업이 48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악화된 수치다.

이익이 줄면서 기업 재무구조도 나빠졌다. 지난해 말 110.08%였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평균 부채비율은 올 3월 말 110.52%로 0.44%포인트 올랐다. 기업들이 위기에 더욱 취약한 체질이 됐다는 얘기다.

경기지표도 꾸준히 하락세

경기지표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3월 전 산업생산지수(산업생산)는 전달보다 1.2% 줄었다. 산업생산은 각종 물품이 과거에 비해 얼마나 많이 생산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숫자다. 이 같은 수치가 2년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기업들이 미래 경기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알려주는 설비투자 증가율도 최근 들어 계속 낮아지고 있다. 기업은 미래에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예측하면 설비투자를 늘린다. 사람들의 소비가 늘어날 것에 맞춰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다. 반대로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예측하면 설비투자를 줄인다. 설비투자는 작년 12월 전월 대비 8.3% 증가했지만 올해 1, 2월 각각 5.4%, 1.1%로 떨어지더니 3월에는 -7.8%를 기록했다.

몇몇 산업통계는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하락했다. 공장 가동률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이후 9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재고 역시 매달 증가하고 있다. 3월 출하량 대비 재고 비율이 114.2%에 달했다. 3월에 생산한 물건보다 많은 양의 물건이 창고에 쌓여 있다는 의미다.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9월의 122.9% 이후 19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정부는 “일시적 현상”이라지만…

정부는 이 같은 통계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운영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고용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성장률, 물가 등 경제 지표는 나쁘지 않다”고 공식적인 견해를 밝혔다. 통계를 세부적으로 놓고 보면 부정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지만, 크게 보면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가 곳곳에서 울리는 경고음을 쉽게 생각해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예상보다 많은 분야에서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징후가 있어서다. 수출이 대표적이다. 올 1분기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10.1%에 불과했다. 세계 교역의 약 90%를 차지하는 주요 71개국의 평균 증가율인 13.8%보다 낮았다. 수출 규모 순위도 지난해 6위에서 올해 7위로 한 단계 내려왔다.

◆NIE 포인트

경기를 판단하는 경기종합지수 중 선행지수와 동행지수, 후행지수에는 무엇이 있으며 그 의미는 무엇인지 함께 알아보자. 우리나라 현재경제가 어떤 상황인지 친구들과 토론해보자. 경기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어떤 것이 있는지도 정리해보자.

성수영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