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생글생글 595호 2018년 5월 21일

4차 산업혁명 이야기

[4차 산업혁명 이야기] 공감이 중요한 디지털 시대에선 여성 역할이 커요


로버트 갤브레이스의 소설 《쿠쿠스 콜링》은 높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출판사들은 신인 작가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았다. 가까스로 출간을 약속한 출판사를 찾았지만, 판매량은 형편없었다. 어렵게 세상에 알려진 그의 소설은 불과 몇 달 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소설 중 하나가 된다. 출간 석 달이 지난 시점부터 폭발적인 판매량 증가를 보이더니 급기야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것이다. 일련의 사건은 저자인 로버트 갤브레이스가 《해리포터》의 작가인 J K 롤링임이 밝혀졌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창작은 인간 고유 영역 가능성 높아

소설 《쿠쿠스 콜링》의 사례는 인간이 완벽히 이성적이지 않음을 보여준다. 완전히 이성적인 존재라면 판매량을 결정짓는 유일한 기준은 작품의 완성도가 돼야 한다. 하지만 인간은 창작물에서 인간적인 요소를 발견할 경우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창작의 영역은 인간의 고유한 분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창작을 넘어 창조가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남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상호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인간 고유의 창조 방식에 있다. 포천의 편집장인 제프 콜빈은 그의 책 《인간은 과소평가되었다》에서 인간의 창조력은 타고난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상호 협력 과정에서 개발되는 능력이라고 주장한다. 매사추세츠공대(MIT)의 펜틀랜드 교수는 2012년 《Harvard Business Review》를 통해 회사 식당에서 서로 모르는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소통하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창조력이 87.5%나 증가됐다는 결과를 소개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많은 사람이 아이디어를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할 수 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그리고 이 과정에 구성원 간 신뢰가 쌓인다면 창조력은 더 높아졌다. MIT의 피터 글루어 연구팀은 서로의 눈을 더 많이 바라보고, 거리낌 없이 속마음을 털어놓는 집단이 더 창조적임을 증명해냈다.

창조는 공감과 결합해야 가치 커져

창조할 수 있는 힘은 그 자체로 가치가 높다. 하지만 여기에 공감이 더해지면 비로소 그 어떤 기술의 발전도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이 된다. 예술적 창조 과정에서는 내적 동기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성공적인 창조, 즉 문제 해결을 위한 창조는 내적 동기뿐만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마음과 결합될 때 발현된다는 그랜트(펜실베이니아대)와 베리(노스캐롤라이나대)의 연구 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 그리고 그들은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공감의 마음은 인간에게 내재된 근본적인 욕구라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공감은 여성들에게 특화돼 있다. 케임브리지대의 심리학자 사이먼 배런코언은 남성의 두뇌는 현상의 규칙이나 원리를 발견하는 데 특화돼 있는 반면 여성의 뇌는 공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공감이란 다른 사람의 정서적 상태나 감정적인 반응을 파악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디지털 경제 이전의 산업 발전 시기에는 남성의 체계화 능력이 더 주목을 받았고, 유용하게 활용돼왔다. 하지만 최근의 기술 발전은 여성들이 가진 공감능력을 더 돋보이게 한다. 남성들이 지닌 규칙과 원리를 발견하는 능력은 발달된 센서와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기계에 의한 대체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 세상을 이끌던 남성의 능력은 덜 중요해지고, 가려져 있던 여성들의 공감능력이 더 중요해진 시기가 도래했음을 알 수 있다.

빠르고 폭넓은 변화에 적합한 여성의 능력

한편 2005년 미국 어바인대 연구팀은 여성은 문제를 바라볼 때 남성보다 넓은 시각을 지닌다는 점을 밝혀냈다. 경험적인 사례 외에도 연구팀은 뇌 과학적인 측면에서도 남자들은 제한된 사물에 집중하는 데 익숙한 반면 여성들은 다양한 사물에 동시에 집중 가능한 점을 증명했다. 오늘날 직면한 빠르고 광범위한 문제 해결에 여성들의 능력이 효과적인 또 하나의 이유다.

2009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사전에 유의미한 경고가 있었다. 주인공은 경제분석가 메리디스 휘트니스와 연방예금보험공사의 의장 실라 베어였다. 여성인 이들은 폭넓은 관점으로 문제에 접근해 사전에 위험성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경고는 무시됐고 결국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의 공통점은 새로운 변화를 반영해 발생하는 문제들과 달리 그 해결책은 전통적인 방식에 머무른다는 점이다. 공감과 폭넓은 관점을 지닌 여성들의 능력이 새로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점과 오늘날 국가와 기업 전반에 여성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현상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동영 <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