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중국 등은 美에 반발… 중동 불안 커지고 유가도 올라
미국이 ‘이란 핵 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협정이 이란의 핵 개발을 2030년까지만 금지하고, 탄도미사일 개발을 막는 장치가 없다며 개정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이란이 개정에 반대하면서 미국은 제재 기간을 연장하는 대신 협정 탈퇴를 결정했다. 이란 핵 협정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중인 2015년 7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6개국과 이란이 맺은 조약이다.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6개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란과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5개 당사국은 미국의 결정과 관계없이 협정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미국 제재로 이란 경제가 더 어려워지면 이란 정부가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핵 개발에 다시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이란 제재 재개

[뉴스 인 포커스] 美 '이란 핵 협정' 탈퇴… "핵 개발 영구적으로 못막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은 이란 핵 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핵 협정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계속하도록 허용했다”며 “(핵 개발을 중단하겠다는) 이란의 약속이 거짓이었다는 명백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란은 헤즈볼라, 하마스, 알카에다 등 테러 집단을 지원했고 핵 협정 이후 경제 사정이 나쁜데도 군사 예산을 40%가량 늘렸다”고 비판했다. 이란이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는 등 주변 중동 국가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막는 조치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핵 협정 탈퇴와 함께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재개됐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10일 이란혁명수비대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환전망 관련 기관 3곳과 개인 6명에 대해 제재 조치를 취했다.

미국은 이란과 거래하는 다른 국가에 대해서도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유럽 등 다른 협정국에 대한 압박 조치의 하나다. 2015년 제재 해제 이후에도 이란 시장에 뛰어들지 않았던 미국 기업들과 달리 상당수 유럽 회사들은 이란산 원유 수입량을 늘리거나 이란과의 무역을 재개했다. 때문에 이란과 190억달러 규모의 항공기 판매 계약을 맺은 에어버스와 이란에서 가스전 개발을 추진해온 토탈, 로열더치셸 등 유럽 기업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들 기업이 수출하는 제품에 미국 기업이 만든 부품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란, 미국 외 협정국 지원 요청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국제 사회와 체결한 이란 핵 협정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지난 13일 “미국과 유대민족주의 정권(이스라엘을 지칭)이 갈망하는 것과는 반대로 다른 5개 협정 서명국이 약속을 지키면서 이란의 이익을 보장한다면 이 협정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협정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하나같이 미국의 탈퇴를 반대하고 있다. 이란 핵 협정에 참여한 미국 외 5개 당사국은 미국의 결정과 상관없이 협정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13일 중국을 시작으로 14일 러시아로 날아가 외교전을 펼쳤다. 15일에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영국, 독일, 프랑스 외무장관과 회동했다. 그러나 협정이 계속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이란 정부가 협정 이행을 약속했지만 동시에 언제든 고농축 우라늄 생산이 가능하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긴장 높아지는 중동… 국제 유가 상승세

미국의 이란 핵 협정 탈퇴와 제재 재개 선언 후 국제 유가가 연일 상승세다. 배럴당 70달러대로 들어섰다. 이란이 핵확산방지협정(NPT)을 탈퇴하고 핵 개발을 재개하거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늘리면 미국의 우방국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반격으로 군사 충돌 가능성이 고조될 위험도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데드라인을 넘었다며 전면전을 경고하고 나섰다.

◆NIE 포인트

이란 핵 협정 내용을 정리해보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 협정을 탈퇴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미국의 이란 핵 협정 탈퇴 결정이 미국과 이란 및 다른 협정국 간의 관계와 다음 달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토론 정리해보자.

추가영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