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워싱턴 독립군의 참패, 프랑스 로베스피에르의 '반값 우유파동'…
[Cover Story-원가공개 논란] 인위적 가격통제는 항상 재앙을 불렀다는 게 역사의 교훈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말은 로마시대부터 전해지는 유명한 서양 격언이다. 국가는 언제나 ‘선한 목적’으로 가격통제를 단행한다. 아무도 재화의 가격 상승을 원치 않기 때문에 가격통제는 늘 ‘착한 정책’으로 포장된다. 하지만 가격이 결정되는 메커니즘을 안다면 가격통제는 무의미한 정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통제 전보다 더 나쁜 결과를 만들어 내기 일쑤다. 가격은 단순히 ‘어떤 물건이 얼마’라는 것만을 얘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격엔 누가, 무엇을, 얼마나 원하는지, 어떻게 가치를 매기는지, 얼마만큼 생산하는 게 최선인지 등 경제와 관련된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 이 정보를 무시하고 통제에만 급급하면 시장은 보복에 나설 수 있다.

가격통제가 만든 비극의 역사

가격통제가 재앙을 부른다는 사실은 역사에서도 입증된다. 미국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끈 조지 워싱턴 장군. 그도 쓰디쓴 실패를 맛봤다. 1777년 겨울, 밸리 포지에서다. 펜실베이니아 주 의회는 워싱턴 독립군을 지원하기 위해 물가통제법을 만들었다. 정부가 정한 가격으로 군수품을 팔도록 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농부들은 독립군을 외면한 채 식량 등을 영국군에 팔았다. 물자 공급이 끊어지자 워싱턴의 군대는 괴멸 직전의 타격을 입었다. 결국 이듬해 6월, 13개 주의 연합 의회였던 대륙의회는 물가통제법을 폐지했다. 워싱턴 장군은 “전쟁은 애국심만으로 할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

프랑스혁명 때의 ‘로베스피에르 반값 우유’ 사건도 유명하다. 당시 프랑스의 급진적 지도자였던 막시밀리앙 드 로베스피에르는 “어린이들에게 반값 우유를 먹여야 한다”며 우윳값 인하를 명령했다. 그러자 농민들은 아예 젖소 사육을 포기했다. 로베스피에르는 건초값이 비싸 소를 키울 수 없다는 말에 건초값도 내리라고 지시했으나 농민들은 건초 생산 역시 중단했다. 결국 우윳값과 건초값은 폭등했다. 대중의 불만이 폭발했고, 로베스피에르는 자신이 루이16세를 처형한 그 단두대에서 똑같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과거 조선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연암 박지원 얘기다. 정조 때 지금의 서울인 한성에서 쌀값이 폭등했다. 정조는 쌀값 폭등이 백성을 어렵게 한다며 “쌀값을 올리지 말라”고 어명을 내렸다. 쌀값을 올려받다가 적발돼 홍역을 치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때 연암이 “어명이 잘못됐다”며 나섰다. “한성의 쌀값이 뛰었다는 말을 듣고 전국 각지에서 쌀을 짊어지고 팔러 오고 있다. 그런데 어명 이후 외지의 쌀 판매상들이 한성으로 들어오길 꺼리고 있다. 자칫 쌀 부족 사태가 더 길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를 들은 왕은 어명을 거뒀다.
[Cover Story-원가공개 논란] 인위적 가격통제는 항상 재앙을 불렀다는 게 역사의 교훈
“최저임금은 고용 기회 박탈”

도시 임대료 규제에 대한 경고도 많이 인용된다. “도시를 파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공중에서 폭탄을 투하하거나 임대료를 동결하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가 쓴 《맨큐의 경제학》에 나오는 문구다. 스웨덴 경제학자인 아사드 린드베크가 1971년에 했던 말로도 알려져 있다. 맨큐 교수는 저서에서 이코노미스트지 보도를 다음과 같이 인용했다. “임대료 규제를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도 비효율성과 공급 감소, 부작용은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암시장과 뇌물수수가 번창하고 건물 관리는 소홀해진다. 건물 주인과 임차인 간 관계는 자발적인 계약관계가 아니라 법에 의한 의무관계로 변질되기 때문에 마찰이 발생하기 쉽다.”

또 하나의 예는 최저임금제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 최저임금을 지난해 시간당 6470원에서 7530원으로 한꺼번에 16.4% 인상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다. 시간당 6000원 정도로는 먹고살기 어려우니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려주겠다는 약속은 ‘착해’ 보인다. 하지만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생산성이 법정 최저임금 이하인 비숙련 노동자의 경우 고용 기회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고용주들은 생산성이 낮은 비숙련 노동자 두 명을 쓰기보다 숙련 노동자 한 명 쓰는 걸 선호할 수밖에 없다. 노동력을 대체할 기계에 투자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최저임금법의 결과는 비숙련 노동자들의 소득 증가가 아니라 그들의 고용 기회를 제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NIE 포인트

정부의 가격통제로 경제가 왜곡된 역사적 사례들을 알아보자. 최근 논란이 컸던 최저 임금제 인상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 치는지도 생각해보자.

설지연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