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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590호 2018년 4월 16일

4차 산업혁명 이야기

[4차 산업혁명 이야기] 디지털 발달로 상품과 서비스를 공유해 쓸 가능성 커요


산업혁명 이전 경제적 교환의 대다 수는 개인 간 거래였다. 알프레드 챈들러의 저서 《보이는 손》에 묘사 된 바와 같이 18세기 후반 경제를 지배하는 주체는 일반 상인이었으 며, 수공업자와 장인들의 작은 점 포에서 소량의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이 전부였다. 이후 산업혁명은 인 류의 경제활동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꿔놨다. 대량 생산과 대량 분배를 가능하게 했고 이는 오늘날과 같은 대기업 출현의 기반이 됐다. 흥미로 운 점은 산업혁명이 시작된 지 200 년이 조금 넘은 오늘날 다시 과거의 개인 간 거래 방식이 활발해지고 있 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이를 ‘공유 경제(sharing economy)’라고 이 름 붙였다.

공유경제의 정의

공유경제가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연구자마다 의견이 다르다. 다양한 분야에서 각기 다른 형태로 개인 간 거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룬 순다라라잔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그의 저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공유경제》를 통해 공유경제를 다섯 가지의 특징을 지닌 경제 체제로 설명한다. 공유경제는 제품의 교환 및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을 촉진하여 더 높은 수준의 경제활동을 야기하고, 모든 자원이 가능한 한 낭비 없이 완벽하게 사용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특징을 지닌다. 에이비앤비와 같이 비어 있는 침실을 여행자에게 제공하거나 리프트나 우버와 같이 자동차를 보유한 개인이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 자동차를 필요로 하는 개인에게 빌려주는 서비스가 이에 해당한다.

또한 이런 교환활동이 기업이나 국가와 같이 중앙집권화된 조직을 매개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개인이 직접 자본과 노동력을 제공한다는 특징이 있다. 중앙집권적인 제3자가 아니라 개인이 직접 교환활동을 매개한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개인이 중심이 된 이런 거래는 사적인 영역과 직업적 업무의 경계가 모호하다. 이전의 침실과 자동차는 사적 영역이었으나 공유 비즈니스에서는 모르는 누군가와 거래하는 영역이 됐다. 한편 공유경제의 일자리는 정규직과 임시직, 일과 여가활동 등의 경계가 매우 모호하다는 특징이 있다. 내가 가진 자원을 공유하기 때문에 판매를 통해 이익을 추가하는 기존 상업 경제에서의 일자리와는 그 성격이 상이한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공유경제 촉진

공유경제의 가치가 실현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보다 ‘디지털화’에 있다. 더 구체적으로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만물의 디지털화’로 구분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은 1940년대 전시 정보를 처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1960년대 상업부문에서 디지털 기술이 활용됐을 때도 주요 고객은 여전히 기업과 정부였다. 이런 흐름은 21세기 들어서야 완전히 역전됐는데, 음악을 MP3 파일로 만들어 PC에 저장할 수 있게 되고,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소비자 중심의 디지털 기술이 개발될 수 있었다. 지난 10년 동안 스마트폰, 유튜브, 소셜미디어 플랫폼 등 다양한 소비자 중심의 기기와 소프트웨어가 개발됐고 소비자용 출시 이후에 정부기관용 제품이 출시됐다. 오늘날 정보기술(IT) 사업이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는 이유도 소비자의 니즈가 적극적으로 반영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만물의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다양한 유형의 상품과 서비스를 넓은 범위의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내가 가진 자동차의 상태가 디지털 정보로 저장되고 공유돼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언제 어디서나 실물을 보지 않아도 자동차에 대한 정보를 살펴볼 수 있다. 또한 3차원(3D) 프린터로 인해 설계도를 공유하는 것만으로 실물을 이동하지 않고도 다양한 제품을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공유경제의 다양한 정의에도 불구하고 ‘디지털화’는 모든 형태의 공유 비즈니스가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공통 요인이다.

공유경제에선 신뢰가 중요

신뢰는 공유경제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다. 모르는 사람의 차를 타고(리프트, 사이드카, 우버) 낯선 사람에게 나의 가장 사적인 공간을 빌려주고(에어비앤비) 가족과도 같은 반려견을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맡긴다(도그베케이, 로버). 이 모든 공유 비즈니스는 신뢰가 전제되지 않으면 성립하기 어렵다.

공유경제에서의 신뢰는 개인과 개인이 오프라인에서 마주하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공간에서 형성되고 있다. 순다라라잔 교수는 이를 ‘신뢰의 디지털화’라고 표현한다. 더 구체적으로 디지털 공간에서의 신뢰란 ‘다른 사람이 어떻게 행동할지 알기 전에 일단 협력부터 하려는 의지’라고 소개하고 있다. 또한 이런 신뢰가 구축되려면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 간 반복된 상호작용을 통한 신뢰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최신 디지털 기술이 적용돼 가치가 실현되는 공유경제 역시 신뢰와 평판이라는 전통적인 가치에 의해 지탱된다. 공유경제의 발전으로 공유의 패러다임이 일상화된다면 사회적 결속이 강화될 수 있다. 산업혁명을 통해 잃어버렸던 가치가 공유경제를 통해 되살아날지 지켜볼 일이다.

김동영 <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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