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페이스북이 수천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페이스북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 측과 연관된 영국 데이터 분석기업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CA)가 최대 8700만 명의 페이스북 정보를 동의 없이 수집해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난 4일 발표했다. 애초 추정치인 5000만 명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한국인 사용자도 최대 8만5893명이 피해를 봤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에 ‘페이스북을 삭제하자(#DeleteFacebook)’는 해시태그가 달린 글이 쏟아지는 등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정보기술(IT)이 발전할수록 해킹 기술도 강해진다. 국내에서도 2011년 네이트·싸이월드 해킹으로 3500만 명, 2014년 KB국민·롯데·농협카드 정보 유출로 2000만 명이 피해를 봤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발생한 크고 작은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확인된 것만 100건이 넘는다. 2014년 야후에서 가입자 5억 명의 개인정보가 털리는 등 해외에서도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보안의 기본 원칙을 소홀히 해 발생한 사고가 대부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막기 위해 관리·감독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기업이 개인정보를 보관할 때 당사자를 알 수 없도록 하는 ‘비식별 처리’를 확대 적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개인정보 관련 규제가 지나치게 강화되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영역인 빅데이터 등의 발전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보안 강화에만 매달려 신성장동력의 싹을 자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국내외 주요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사례와 해법을 둘러싼 논란을 4, 5면에서 자세히 알아보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IT과학부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