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자연을 자유·평등상태로 본 것
"공동선 추구하는 '일반의지'를 따르면 사회가 좋아져"
[김홍일쌤의 서양철학 여행] (35) 로크의 사회계약설
‘루소’ 하면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명언이 떠오른다. 이 명언은 일반적으로 문명이 아니라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의미로 이해되곤 한다. 루소가 ‘자연으로 돌아가라’ 는 말을 직접 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이 한마디에는 루소의 사회계약설 전반을 꿰뚫는 메시지가 집약돼 있다.


홉스·로크와 다른 자연 상태

[김홍일쌤의 서양철학 여행] (35) 로크의 사회계약설
홉스나 로크처럼 루소도 자신의 사회계약설 논의를 자연 상태라는 개념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자연 상태를 바라보는 루소의 관점은 홉스나 로크와 다르다. 홉스의 자연 상태는 각 개인이 저마다 자기 보존을 위해 다투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전쟁 상태였고, 로크의 자연 상태는 다소 불안정하지만 각자가 이성을 가지고 자연권을 누리는 상태인 데 비해 루소의 자연 상태는 ‘자기 보존’의 감정과 ‘연민’의 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자유롭고 평등하며 행복한 상태다. 따라서 루소의 자연 상태는 홉스처럼 극복해야 할 것도, 로크처럼 보완해야 할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인간다운 삶을 위해 회복시켜야 할 대상이다.

루소에 따르면 문명의 발달로 인해 사람들 마음에 이기심과 허영심이 싹텄다. 그 결과 토지가 사유제로 바뀌고 그 소유권을 둘러싼 다툼이 벌어졌다. 이로 인하여 부자와 가난한 자, 강자와 약자, 주인과 노예라는 불평등이 초래됐고 이 과정에서 권력을 가진 부자는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교묘한 방법으로 사회의 법과 제도를 만들었다. 이런 법과 제도 속에서 불평등은 더 심해지고 고착화됐다. 이와 같은 상태를 루소는 그의 저서 《사회계약론》의 첫 문장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지만 사회 속에서 쇠사슬에 묶여 있다.” 따라서 루소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외쳤던 것이다. 이렇게 보면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그의 말은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의 회복을 세상에 강력히 요청한 주장이라 할 수 있다.

공동체에 개인 자유를 양도

[김홍일쌤의 서양철학 여행] (35) 로크의 사회계약설
이제 사회계약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심한 루소의 과제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루소가 보기에 계약을 위해 고려해야 할 중요한 전제는 각자가 가진 힘과 자유를 서로 해치지 않으면서 어떻게 계약을 맺을 수 있는가에 있다. 왜냐하면 개인의 자유를 희생하면서 정치적 계약을 맺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정치적 권위와 자유의 보존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에 답하는 것이 루소 사회계약론의 과제다.

루소의 사회계약은 이렇게 요약된다. 그는 먼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든 국민이 자유를 양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보통 자유를 양도하면 빼앗긴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한 명의 개인에게 양도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에 양도하는 것이므로 개인은 평등한 권리를 가질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잃어버리는 것은 자연 상태에서 욕망에 휘둘리는 ‘자연적 자유’뿐이고 얻는 것은 진정한 자유인 ‘시민적 자유’다. 시민적 자유란 의무와 이성에 따라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자유를 일컫는다.

그렇다면 사회 구성원 모두가 만족할 만한 국가를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 루소는 모든 구성원이 공감할 수 있는 공통된 ‘일반의지’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한다. 일반의지는 개개인의 의지를 더하기만 한 ‘전체의지’와 전혀 다르다. 전체의지는 단순히 다수의 의견을 반영한 의지에 그친다. 반면에 일반의지는 모든 이의 공통된 이익으로, 의지의 최대 공약수를 의미한다.

일반의지는 모두가 공감하는 ‘것’

이와 같은 일반의지를 찾아내려면 구성원 간 토론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필연적으로 직접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직접민주주의가 실현될 때 일반의지에 기초해 모든 사람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 이때 국민은 주권자로서 입법권을 갖고, 일반의지를 법의 형태로 표출한다. 이런 일반의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고용한 일꾼에 불과한 정부가 필요하다.

루소는 사회계약론에 기초하여 왕권에 도전하는 논리를 펼친다. 먼저 어느 누구도 자연적 권위가 없기에 복종하는 사람들의 동의 없이 수립되거나 행사된다면 정당하지 않다. 다음으로 주권은 구성원 전체의 일반의지에서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루소 이전에 왕은 주권과 행정권을 동시에 지닌 신성한 국가권력 그 자체였다. 그러나 루소는 사회계약론에서 일련의 논리를 전개해 왕에게서 주권을 박탈했으며 왕이 가진 행정권을 주권에 예속시켰다. 프랑스 혁명으로 감옥에 있던 루이 16세가 루소를 원망할 만하다.

◆기억해주세요

루소의 자연 상태는 ‘자기 보존’ 의 감정과 ‘연민’의 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자유롭고 평등하며 행 복한 상태다. 따라서 루소의 자 연 상태는 홉스처럼 극복해야 할 것도, 로크처럼 보완해야 할 것 도 아니다. 오히려 인간다운 삶을 위해 회복시켜야 할 대상이다.

김홍일 < 서울과학고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