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생글생글 587호 2018년 3월 26일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남의 권세나 위세를 자기 것인양 과시하다 - 전국책 -


▶ 한자풀이

狐 여우 호
假 거짓 가
虎 호랑이 호
威 위엄 위


전국시대 초나라에 소해휼이라는 재상이 있었다. 북방 나라들이 그를 몹시 두려워했다. 초나라 선왕은 이웃 나라들이 그를 그렇게 두려워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어느 날 강을(江乙)이라는 신하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북방 국가들이 어찌 소해휼을 그리 두려워하는가?”

강을이 말했다. “전하,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호랑이가 여우 한 마리를 잡았습니다. 잡아 먹히려는 순간 여우가 말했습니다. ‘잠깐 기다리게나. 천제(天帝)가 나를 모든 짐승의 왕으로 임명하셨네. 거짓이다 싶으면 나를 따라와 보게. 모두 내가 두려워 달아날 테니.’ 호랑이는 여우 뒤를 따라갔습니다. 여우의 말대로 모든 짐승이 놀라 달아났습니다. 사실 짐승들은 여우 뒤의 자신을 보고 달아난 것이지만 호랑이는 그걸 깨닫지 못했습니다. 북방 국가들이 소해휼을 두려워하는 것도 이와 같습니다. 실은 소해휼의 뒤에 있는 초나라의 막강한 군세를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전한의 유향이 전국시대 책략가를 엮은 《전국책》에 나오는 얘기로, 여우(狐)가 호랑이(虎)의 위세(威)를 빌려(假) 다른 짐승을 놀라게 한다는 호가호위(狐假虎威)는 여기에서 유래했다. 남의 위세를 마치 자기 것인 양 훔쳐다 쓰는 게 어디 여우뿐이겠는가. 입만 열면 인맥 과시로 이야기를 채우는 사람, 틈만 나면 자기 자랑을 촘촘히 끼어넣는 사람…. 모두 ‘내 것’이 아니라 ‘남의 것’으로 자신을 과시하고자 하는 자들이다.

재물 권력 명예 지식, 그게 뭐든 자랑삼아 내보이지 마라. 자긍과 자존은 안으로 품을 때 더 빛이 나는 법이다. “공작은 사람들 앞에서 그 화려한 꼬리 깃털을 감춘다. 그게 공작의 자긍이다.” 니체가 《선악을 넘어서》에서 한 말이다. 내보이는 데 급급하면 자칫 남의 것까지 훔친다. 한데 훔친 것을 오래 쓰면 그게 원래 내 것인 양 착각한다. 남의 위세를 빌려 목에 힘주는 것만큼 꼴불견도 없다.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해당연재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