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은 어떻게 결정되나
[뉴스 인 포커스] WTI· 브렌트유·두바이유가 국제원유가격 결정… 국내 휘발유값 기준은 싱가포르 현물가격이죠
국내 휘발유 가격이 7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월 셋째주(2월18~24일) 전국 1만2000여 개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주보다 0.2원 하락한 L당 1565.4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 넷째주(7월23~29일) 1437.75원 이후 30주 만의 하락이다. 30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던 경유 가격도 1361.4원으로 전주보다 L당 0.03원 내렸다.

7개월 만에 국내 기름값이 떨어진 것은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있어서다. 국내 기름값의 바로미터인 중동 두바이유는 지난 1월 넷째주 배럴당 66.96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2월 둘째주까지 3주 연속 내렸다. 국제 유가와 국내 기름값은 어떻게 결정될까.

세계 3대 유종이 국제 원유가격 좌우

[뉴스 인 포커스] WTI· 브렌트유·두바이유가 국제원유가격 결정… 국내 휘발유값 기준은 싱가포르 현물가격이죠
국제 원유시장에선 수백 종류의 원유가 거래된다. 하지만 대표적인 원유는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와 북해 브렌트유, 중동 두바이유다. 원유가 생산되는 지역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다만 두바이유는 두바이에서 원유가 나오진 않지만 두바이라는 지명이 잘 알려져 그렇게 이름이 지어졌다). 이들은 입지적·정치적 이유로 다른 원유보다 거래가 활발한 덕분에 세계 3대 유종(油種)에 등극했다. 이들 원유는 미국(WTI)과 유럽(브렌트유), 아시아(두바이유) 등 각 지역에서 거래되는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된다. 이들 마커(marker) 원유 가격에 일정액을 더하거나 뺀 가격으로 수백 가지 원유의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로 돼 있다.

그러나 휘발유 가격은 원유와는 다르게 결정된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휘발유 가격은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국제제품가격(MOPS)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국내 기름값의 60%는 세금

[뉴스 인 포커스] WTI· 브렌트유·두바이유가 국제원유가격 결정… 국내 휘발유값 기준은 싱가포르 현물가격이죠
국내 휘발유값에서 유류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가깝다. 석유공사가 공개한 2월 셋째주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 구조를 살펴보면 L당 1565.4원인 주유소 판매 가격 중 유류세가 888.7원으로 57%나 된다. 유가가 포함된 정유사 공급 가격은 37%(580.1원)며, 유통비용 및 주유소 마진은 6%(96.6원)에 불과하다. 경유의 유류세 비중도 48%(653.0원)에 이른다.

유류세는 유가와 상관없이 L당 얼마인 방식으로 부과되는 종량세다. 휘발유에는 L당 교통에너지환경세 529원과 교통세의 26%인 주행세, 15%인 교육세까지 합쳐 745.89원의 고정 세금이 붙는다. 주유소 판매 가격의 10%인 부가가치세까지 포함하면 휘발유 1L에 부과되는 전체 유류세는 870원을 웃돈다. 국제 유가가 아무리 떨어지더라도 휘발유값은 L당 900원 이하로 떨어질 수 없다는 얘기다. 경유도 L당 교통에너지환경세가 375원으로 휘발유보다 낮을 뿐, 주행세와 교육세 부과 비율은 같다. 경유는 528.75원의 고정세를 포함해 L당 638원가량이 유류세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원유를 전량 수입해 쓰는 일본은 휘발유 가격에 따라 세율이 변하는 탄력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3개월 연속 휘발유 소매 평균가가 L당 160엔을 넘으면 자동으로 L당 53.8엔이던 유류세가 28.7엔으로 낮아진다. 반면 3개월 연속 L당 130엔을 밑돌면 53.8엔으로 회복된다. 고유가에 따른 서민 부담을 줄여주려는 목적에서다. 한국도 교통·에너지·환경세법에 따라 ±30% 범위에서 탄력세율 조정이 가능하도록 돼 있으나 실제 세율 인하를 단행한 적은 드물다. 가장 최근엔 2008년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자 10개월간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10% 인하했다.

국제 유가가 국내 유가에 반영되기까지 2~3주 시차

국내 휘발유·경유값은 아시아 지역의 기준 원유인 두바이유 가격에 따라 움직이지만 원유 가격 변동폭이 곧바로 국내 기름값에 반영되지는 않는다. 배로 운송하는 원유 특성상 국제 유가가 국내 유가에 반영되기까지는 통상 2~3주가량 걸리기 때문이다.

우리가 쓰는 기름이 원유가 아니라 정유공장에서 원유를 정제해 생산하는 휘발유·경유라는 점도 변수다. 이미 생산된 휘발유가 있으면 국내 기름값에 반영되는 데 시차가 생겨서다. 지난해 8월 말 미국 멕시코만 일대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Harvey)’ 여파로 원유 정제 시설이 타격을 입었을 때가 대표적이다. 당시 9월 첫째주에서 10월 첫째주까지 한 달간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는 배럴당 51.99달러에서 54.63달러로 5%(2.64달러) 올랐지만 같은 기간 국내 휘발유값은 1466.27원에서 1500.45원으로 2.3%(34.18원) 상승하는 데 그쳤다.

김보형 산업부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