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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582호 2018년 2월 12일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판단력이 둔해 융통성이 없고 세상일에 어둡고 어리석음 -여씨춘추-



▶ 한자풀이

刻 새길 각
舟 배 주
求 구할 구
劍 칼 검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사람이 배를 타고 양자강을 건너다 강 한복판에서 실수로 아끼던 칼을 물에 빠뜨렸다. 놀란 그는 재빨리 주머니칼을 꺼내 칼을 빠뜨린 부분의 뱃전에 표시를 해뒀다. 그리고 안도했다. “칼이 떨어진 자리에 표시를 해놓았으니 언제든 찾을 수 있겠지.” 배가 언덕에 닿으려 하자 그는 급한 마음에 표시가 된 뱃전 아래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한데 거기에 어찌 칼이 있겠는가. 칼을 찾느라 허둥대는 그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모두 비웃었다. 《여씨춘추》 찰금편에 나오는 얘기다.

‘잃어버린 칼 위치를 뱃전에 표시한다’는 각주구검은 판단력이 둔하고 어리석음을 꼬집는 표현이다. 세상일에 어둡고 융통성이 없음을 나무라는 말이다. 강 한복판에 칼을 빠뜨렸으니 배가 언덕에 닿을 무렵에는 얼마나 칼과 멀어졌겠는가. 그걸 깨닫지 못하고 표시된 바로 아래에서 칼을 찾으려 했으니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한데 모두가 비웃는 이 어리석은 자와 우리는 얼마나 다를까. 우리 또한 옛 표식을 들고 오늘의 길을 찾으려 헤매고 있지는 않은가. 옛 문구 하나 달랑 붙들고 거기에 오늘을 맞추려 애쓰고 있지는 않은가. 장자는 수레꾼의 입을 빌려 말했다. “옛 책에 쓰여 있는 성현의 말씀은 발걸음이 아니라 발자국일 뿐”이라고. ‘시대의 흐름을 꿰지 못하고 옛 생각만 고집하는 것은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범하는 일이다’ 식으로 사용된다.

누구도 같은 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는 없다. 누구도 순간을 붙잡을 수는 없다. 누구도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 수는 없다. 어리석은 자는 어제의 잣대로 오늘을 재고, 현명한 자는 오늘의 잣대로 오늘을 잰다. 어리석은 자는 어제에 매이고, 현명한 자는 오늘을 직시한다. 흘러간 물로는 발을 씻지 못한다. 표식은 옛 자리일 뿐 지금의 자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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