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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579호 2017년 12월 18일

4차 산업혁명 이야기

[4차 산업혁명 이야기] 4차 산업혁명은 기술과 환경의 변화로 촉진되죠

언젠가부터 인류의 생산성은 기술 혁신에서 비롯됐다. 인류 역사의 초기에는 노동시간이 생산성을 높 여줬지만 더 이상 생산성은 노동시 간의 증가에 비례하지 않는다. 미 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경제학 교수인 로버트 솔로는 총산출량 증 가가 요소 투입의 증가만으로는 설 명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해 1987 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범용기술

문제는 기술 혁신이 곧바로 생산성 향상을 담보하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솔로의 연구에 의하면 1940~1960년대 미국의 생산성이 급격히 증가했지만 1973년을 기점으로 그 증가세가 확연히 둔화되기 시작한다. 솔로는 이 시기가 많은 기업이 정보기술(IT)을 도입한 ‘컴퓨터 혁명’ 시기와 일치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그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생산성 통계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컴퓨터 시대의 도래를 목격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문제는 실증 데이터에서 보여주는 것과 달리 기업 현장에서는 IT를 많이 활용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경쟁기업에 비해 생산성이 대폭 향상됐다는 점이다. 이를 ‘생산성의 역설(Productivity paradox)’이라고 한다.

사실 이런 생산성의 역설은 1970년대 중반에만 나타났던 것은 아니다. 채드 시버슨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전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범용기술인 전기의 등장 시기에도 같은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공장에 전기가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1880년대 후반이다. 전기라는 범용기술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이후 30년간 미국 경제에는 아무런 생산성의 향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 시기에는 생산성 후퇴가 목격되기도 했다. 이 양상은 1910년이 지나서야 바뀌기 시작했다. 1970년대 IT의 도입이 생산성에 반영되지 못하다가 1990년 중반 이후에야 생산성 증가로 이어진 것과 동일한 현상이다. 범용기술의 출현과 생산성 향상 사이에는 일정한 시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범용기술과 환경의 시너지 효과

기술이 곧바로 생산성 증가로 연결되지 못하는 이유는 범용기술만으로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범용기술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가 뒤따라야 새로운 기술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전기 도입 초창기에 생산성이 높아지지 못한 원인은 과거의 공장 배치를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에 있었다. 증기기관을 활용한 생산을 위해서는 동력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시설이 하나의 증기장치에 연결돼 있어야 했다. 그 결과 공장 한가운데 놓인 증기기관을 중심으로 많은 시설이 밀집돼 있는 배치가 일반적이었다. 전기 도입 이후에도 같은 공장 배치를 유지한 채 증기기관만 커다란 전기 모터로 바꾸었다. 새 공장을 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기존 동력원에 최적화된 환경에서 전기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공장의 배치가 전기라는 새로운 동력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바뀌는 데는 무려 30년이 걸렸다. 기존 패러다임에 젖어 있던 관리자가 모두 은퇴하고 나서야 새로운 시도가 나타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공장에서는 넓은 공간에 놓인 기계마다 작은 모터가 설치돼 동력이 공급됐다. 이런 배치가 가능해지자 자기 앞에 놓인 동력 장치를 통해 작업하고 다음 동력 장치로 작업 결과물을 보내는 방식을 고안해낼 수 있었다. 분업을 통한 대량 생산이 비로소 가능해진 것이다. 새로운 생산방식으로 인해 업무 효율성은 높아져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이 가능해졌다.

혁신 시스템으로 발현되는 4차 산업혁명

IT를 중심으로 한 생산성 향상 역시 전기 시대와 동일한 양상을 보인다. 3차 산업혁명을 이끌며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이어지는 생산성 향상의 이면에는 월드와이드웹(WWW, World Wide Web)의 등장, 반도체 분야에서의 혁신으로 인한 하드웨어 성능의 증가, 물류 및 소비자 대응과 같은 프로세스 혁신 등의 환경 변화가 존재한다.

4차 산업혁명은 만물의 디지털화를 통해 오프라인 세상의 정보를 온라인상의 빅데이터로 전환하고, 이를 인공지능 기술로 분석함으로써 다시 오프라인 세상의 최적화를 달성하는 융합의 가속화를 의미한다. 과거의 범용기술이 그러했듯 생산성 향상은 기술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무엇보다 요구되는 환경은 규제 개선이 중심에 놓인 혁신 시스템이며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은 기존 기술의 재조합에서 탄생하고, 혁신에 대한 강한 보상은 다방면에서의 재조합 노력을 이끌어낼 것이다. 하지만 혁신은 언제나 소수로부터 창발되고, 소수가 일으킨 혁신에 대한 보상은 양극화의 원인이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사회적 합의가 바탕이 된 혁신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이다.

김동영 <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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