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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579호 2017년 12월 18일

소설가와 떠나는 문학여행

[소설가 이근미와 떠나는 문학여행] (87·끝) 알퐁스 도데 ''마지막 수업''

서정성 짙은 사실주의

알퐁스 도데의 단편소설을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어디선가 잔잔한 선율이 들려오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짧은 얘기로 마음을 안온하게 감싸면서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건 놀라운 솜씨가 아닐 수 없다. 자극적이면서 폭력적이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판을 치는 세상이라 알퐁스 도데의 소설이 더욱 가슴 깊이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알퐁스 도데의 소설이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있는 것은 순수하고 낭만적인 분위기 뒤에 강력할 사실주의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퐁스 도데는 1840년 남프랑스 님에서 태어났다. 리옹의 고등중학교에 들어갔으나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공부를 중단하고 중학교 조교사로 들어갔다. 그러다가 열일곱 살에 파리로 가서 신문 기자로 일하며 문학에 전념하게 된다. 그 시절 도데는 당대 사실주의의 정점에 올랐던 귀스타브 플로베르, 에드몽 드 공쿠르, 에밀 졸라 등의 문인들과 우정을 나눴다. 다양한 경험과 사실주의 분위기 속에서 도데는 특유의 시적 서정성과 감수성을 곁들여 19세기 말 프랑스 소시민들의 삶을 날카롭게 그렸다.

알퐁스 도데의 여러 단편소설 가운데서 ‘마지막 수업’과 ‘별’이 가장 유명하다. ‘별’은 한때 교과서에 수록됐는데 ‘국민단편’이라고 불릴 정도로 사랑받는 작품이다. 국내 서점가에 나온 ‘별’의 판본이 70종이 넘는다고 하니 열기가 충분히 전달되는 듯하다.

‘별’의 주인공 양치기는 몇 주일씩이나 아무도 만나지 못한 채 개와 양떼와 함께 목장에서 외롭게 지낸다. 2주일마다 농장 머슴이나 늙은 아주머니가 보름치 양식을 실어다 줄 때가 가장 즐거운 날이다. 양치기는 외로운 시간을 별을 보면서,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생각하며 견딘다. 그러던 어느 날 양식을 싣고 오는 노새 방울 소리에 반갑게 달려 나간 양치기의 눈앞에 스테파네트 아가씨가 등장했다. 양식을 갖다 주던 꼬마 머슴은 앓아눕고 아주머니는 휴가를 얻어 아들네 집에 갔기 때문이다.

늘 그리워하던 아가씨를 만난 양치기의 가슴이 얼마나 쿵쾅거렸을까. 꿈 같은 시간을 보내고 아가씨를 배웅했는데 낮에 온 비로 인해 불어난 강물에 빠진 그녀가 다시 돌아왔다. 그날 밤 목장에 묵게 된 아가씨에게 양치기는 별 이야기를 들려주며 행복에 빠진다.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고 깨끗하게 해준, 양치기와 아가씨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는 앞으로도 영원할 것이다.

언제나 마지막 수업처럼

‘마지막 수업’은 많은 교훈을 남기는 소설이다. 특히 일제 강점기 때 우리의 선조들이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더욱 가슴을 울린다. 지각도 잘하고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는 프란츠는 오늘도 수업에 늦고 말았다. 야단맞을 각오를 하고 교실에 들어서는데 멋지게 차려입은 선생님이 상냥하게 맞아주고, 뒤쪽에는 마을 어른들이 죽 앉아 있다. 마지막 프랑스어 수업이었던 것이다. 나폴레옹 3세가 프로이센에 항복하면서 알자스 로렌 지방의 일부가 독일에 병합돼 더 이상 프랑스어 수업을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프랑스어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프란츠는 그제야 수업을 빼먹고 놀러 다닌 걸 후회한다. 선생님은 지각한 프란츠에게 “화를 내지는 않겠다. 너는 충분히 벌을 받은 셈이니까. ‘아, 시간은 아직 많아. 내일 공부하지 뭐.’ 그러나 결과는 이렇단다. 교육을 언제나 다음날로 미룬 것이 우리 알자스의 불행이다”라고 말한다. 마지막 날 프란츠는 아멜 선생님이 나눠준 특별한 글씨본으로 열심히 공부한다. 뒤쪽에 앉은 오제 할아버지가 프랑스어 교본을 들고 아이들과 함께 더듬더듬 읽을 때 프란츠는 웃음이 나올 뻔하지만 울음이 나와 참는다.

우리의 선조들도 한글을 배우지 못하고 이름도 일본식으로 바꿔야 하는 수난을 겪었다. 광복이 된 후 어른들은 자녀 교육에 최선을 다했고,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발전하게 됐다.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어쩔 수 없이 비장함을 동반한다. 마지막 수업에 임하는 아멜 선생님과 프란츠처럼 매사에 열심을 다한다면 우리들은 분명 인생에서 원하는 열매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근미 < 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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