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색내기 의료정책, 국민건강 뭉개진다’ ‘문재인 케어는 의료 파탄’…. 지난 10일 서울 덕수궁 앞에서 열린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 등장한 피켓들이다. 1만 명(경찰 추산)이 모인 이날 집회에서 의사들은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확대)에 반대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병원에서 청진기를 들어야 할 의사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이다. 우리 사회의 지식인층인 의사들이 왜 건강보험 확대에 반대하는 것일까.

정부는 지난 8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3800여 개 비급여 진료를 2022년까지 모두 보험이 적용되도록 해 급여화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미용, 성형 등 일부를 제외한 모든 진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정책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어서 일명 ‘문재인 케어’로 불린다. 정부는 문재인 케어에 5년 동안 30조6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건강보험 재정이 흑자인 만큼 보험료를 연평균 3.2%씩만 올리면 재원을 충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재정 부담이 커져 구멍이 뚫릴 수 있다고 걱정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5년 후부터 정부 지원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어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면 건강보험 재정이 2019년 적자 전환하고 2026년엔 건강보험기금이 완전 고갈될 것으로 분석했다. 의사들은 비급여가 대폭 축소되면 병원 경영이 어려워진다고 주장한다. 건강보험이 병원에 지급하는 보험수가는 대부분 진료 원가에 미치지 못하며, 병원들은 여기서 발생하는 손실을 고가의 비급여 진료로 메워 왔기 때문이다.

한국의 건강보험은 해외 선진국들이 부러워할 만큼 안정적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보장 범위를 넓혀 가려면 보다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문재인 케어의 주요 쟁점을 4, 5면에서 자세히 알아보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