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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577호 2017년 12월 4일

한국경제 이끄는 기업, 기업인

[한국경제 이끄는 기업·기업인] <38> 농업 기업가,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농업도 미래산업이 될 수 있다. 그러자면 위생적이고 맛있는 농산물을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좋은 일자리도 만들어내야 한다. 농민 기업가 김홍국은 쉽지 않은 그 일에 성공해서 하림그룹이라는 큰 기업을 일궜다. 닭 기르는 일 로 시작해서 연간 매출 6조원의 종합농식품 기업을 이뤄냈다. 미국 등 해외 진출은 물 론 최근에는 큰 해운회사를 인수해 국제 곡물거래 사업에도 진출했다. 협력농가들에 는 연수익 2억원에 육박하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초등학생 때 닭과 인연맺다

김홍국의 농사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외할머니가 선물해준 병아리 10마리를 키우면서 시작됐다. 49년 전의 일이다. 홍국의 닭과 돼지 기르기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18세가 되던 해에는 본격적으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농장을 세워 황동농장이라 이름도 붙였다. 돈도 잘 벌어서, 고등학교 때 이미 ‘학생 사장’으로 불렸다고 한다.

양계-양돈업자였던 홍국은 고통스러운 시련을 겪으면서 농식품기업가로 성장하게 된다. 1982년 홍국이 25세 되던 해 돼지고기 가격이 폭락했다. 사업을 확장한다며 겁 없이 가져다 쓴 빚이 문제를 일으켰다. 원리금을 갚을 수 없게 되자 사채업자들이 들이닥쳤다. 홍국은 그들을 피해 도망다니는 신세가 됐다. 돼지우리에까지 숨어들어갔지만 피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돼지 파동… 쓰러지다 …

돼지우리를 나와 빚쟁이들을 찾아다녔다. 반드시 갚을 테니 기회를 달라고 읍소를 했다. 식품회사 영업사원을 해가며 빚을 갚아나갔다. 그러는 중에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이 하나 있었다. 생고기값은 늘 오르내리기 마련이고 몇 년마다 한 번씩은 폭락도 할 텐데 이것을 피할 방법이 없을까? 어느 날 거래처인 슈퍼에 들렀는데 소시지가 시야에 들어왔다. 눈이 번쩍 뜨였다. ‘아 그렇구나. 돼지고기값은 요동쳐도 그것을 재료로 해서 만든 소시지는 값이 안 변하는구나. 축산과 고기 가공업을 같이 하면 되겠구나.’ 이렇게 해서 홍국은 3장통합경영이라는 개념을 구축했다. 농장, 공장, 시장을 통합해 안정적 농식품산업을 만들어낸다는 비전이었다.

사업방향을 정한 홍국은 열심히 빚을 갚아나가는 동시에 투자자들을 설득해 나갔다. 1986년 드디어 닭고기 가공기업인 하림을 출범시켰다. 닭을 기르는 일은 협력업체인 농가들에 하청을 맡기고 하림은 그것을 납품받아 가공하고 유통하는 일에 전념하는 구조였다.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덕분에 양념치킨에 대한 수요가 폭발했다. 하림의 매출 역시 급증했고 3장통합경영도 확실하게 뿌리를 내렸다.

이것은 하림과 김홍국의 성공을 넘어서 협력 농가들의 성공이기도 했다. 2016년에는 농가당 평균 1억8000만원의 수익을 지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즉 닭을 기르는 일만으로 연매출이 2억원 가까운 직장을 제공한 셈이다.

STX인수… 사업확장

김홍국의 모험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악취와 오염 없는 돈사(돼지우리)를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 또 법정관리 중인 미국의 닭고기 가공유통기업, 알렌스패밀리푸드를 인수해 1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켰다. 미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시장으로의 진출을 위한 발판이 될 거라고 한다. 2015년에는 STX팬오션을 인수해 국제 곡물비즈니스에도 진출했다. 인수 때 떠안은 부채 때문에 위험에 빠질 거라며 수군거렸지만 2년 만에 모두 갚고 순항 중이다. 농업은 엄청난 가능성을 가진 산업이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농민들은 그 잠재력을 사장시켜왔다. 자급자족적 농법에도 문제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정부의 도움을 바라는 의존적 태도에 더 큰 책임이 있다. 김홍국은 정부가 아니라 시장의 현실과 소비자를 바라봄으로써 축산업이 가진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했다.

이제 농업이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손짓을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 농민의 평균연령은 66세를 넘어섰다. 일반 회사 같으면 진작 은퇴했을 나이다. 이는 농업과 농토가 실질적으로 비어 있음을 뜻한다. 젊은이들이 그 빈 공간을 채워야 한다. 김홍국처럼 진취적이면서 글로벌 마인드를 가진 젊은이들이 한국 농업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길 바란다.

◆기억해주세요

농업은 엄청난 가능성을 가진 산업이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농민들은 그 잠재력을 사장시켜왔다. 자급자족적 농법에도 문제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정부의 도움을 바라는 의존적 태도에 더 큰 책임이 있다. 김홍국은 정부가 아니라 시장의 현실과 소비자를 바라봄으로써 축산업이 가진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했다.

김정호 <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kim.chungho@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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