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정부가'김영란법'을 고친다는데…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 1년여만에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식사대접, 선물, 경조사 부조의 상한선을 3만,5만,10만원에서 5만,10만,5만원으로 변경하자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법 개정 논의는 판매가 줄어든 화훼생산업자, 농축수산물 생산자, 요식업계의 생존 하소연에서 시작됐다.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심하다는 불만도 여기에 가세했다. 하지만 신중론도 만만찮다. 공직사회를 깨끗하게 하기 위해 도입한 법을 1년만에 바꾸면 언제 투명사회로 가느냐는 반론이다. 논란의 와중에 국민권익위원회가 법의 여러 조항을 손대는 개정 작업을 시작했다. 김영란법 부분 개정은 적절한가.

○찬성

“과도한 독소조항 개정 필요법의 실효성 제고에 도움될 것”


김영란법을 정부안으로 만들었던 국민권익위원회가 최근 총리실에 이 법의 개정안을 보고했다. 농축산업자, 화훼농가의 민원을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권익위 개정안은 법 조항의 세부 내용을 군데군데 보완해 법을 더 현실성있게 완성하자는 취지다. 전체적으로 시행 1년을 넘기면서 이 법이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으며, 법 제정의 취지도 여전히 살아있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더 확실한 시행을 위한 보완적 법 개정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선물과 식사비용에 대한 한도를 높이자는 것은 관련업계의 충격을 줄여주자는 의도다. 국공립대 교수의 외부 강연료도 시간당 30만원 한도에서 100만원으로 올리려는 것은 교수사회의 불만을 수용하는 차원이다. 공직자들이 민간에 청탁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도 새로 들어갈 전망이다. 공직자간 또는 공직자에 대한 민간인의 부정청탁 금지는 기존에도 있었지만, 그 반대 경우에는 처벌 조항이 없었다. 법적용 대상자들의 외부강의에 대한 의무적 신고조항은 ‘대가가 없을 경우 사전신고 불필요’쪽으로 바뀌고, 청탁금지법 서약서도 매년 제출하게 한 것을 입사(입직)후 1회 작성으로 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규정의 완화다.

권익위의 개정안은 이 법의 유연성을 제고해 실효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관련업계의 고충을 반영하면서 실제 사회생활에서 꼭 준수돼야 할 정도로 제한규정을 좀더 완화하자는 내용이다. 그럼으로써 이 법이 더 생활속에 뿌리박아 청렴사회로 나아가자는 의도다.

○반대

“법의 근본 문제점 돌아봐야 법 자체가 법리에 어긋나”


김영란법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미세한 조정 차원으로 풀릴 사안이 아니다. 이 법의 법리가 적절한 것이며, 법 체계가 합리적인 것인지 근본적인 문제점을 논의해야 한다. 필요하면 법의 폐기까지도 원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법 개정안도 여전히 스승의 날 카네이션을 ‘뇌물’로 보고 교사에게 캔 커피를 건네는 것까지 ‘금지된 선물’로 보고 있다. 공직사회의 부정한 권한 사용을 금지하자는 차원에서 시작된 법인데, 교사, 기자 등 민간 영역도 법적용 대상이 되면서 비롯된 구조적인 문제점이다. 가령 애플 등 세계 유수의 기업이 전세계 언론매체를 초빙하는 신제품 및 사업 발표회에도 한국 기자만 초청에 응할 수 없다. 언론도 적용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국공립대학 교수의 외부강연에 국가가 소액의 한도를 정한 것에 대해서는 지식의 가치를 정부가 결정한,큰 오류라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지식의 가치는 시장이나 수요처에서 산정하는 것이지 권익위가 시간당 얼마 라고 정할 수가 없고, 그런 식으로는 고부가가치의 지식 사회로 이행할 수가 없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공무원들이 강연료 명목으로 부당한 금품을 받는 것을 막자는 취지였는데 법 제정과정에서 잘못돼 버렸다는 지적이다.

김영란법이 우리 사회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법리상 하자가 있는 법을 ‘미세 조정’으로 계속 끌고가는 게 맞느냐는 다른 문제다. 지금이라도 법의 근본 취지와 적용범위, 규제 분야에 대한 근본적인 공론이 필요하다. 세부 규제의 강화나 완화 차원을 넘어 근본적인 문제를 지금이라도 다시 보자는 것이다.

○ 생각하기

"강연료 규제는 지식 가치를 정부가 산정하는 꼴… 원점에서 돌아봐야"

[시사이슈 찬반토론] 정부가'김영란법'을 고친다는데…
국민권익위원회의 개정안은 이 법을 좀 더 현실성있게 고쳐보자는 것이다. 반면 이에 문제제기 하는 다른 시각은 법의 적용 범위와 법적 하자 등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3만,5만,10만원 제한규정’도 원래 취지는 ‘3만원짜리 식사나 5만원까지의 선물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식사 대접이나 부당한 선물은 아예 안되지만 3만원, 5만원까지는 법으로 처벌을 하지 않을 뿐이다’가 이 법에 대한 올바른 이해다. 강연료 제한으로 지식 가치 산정에 정부가 개입한 것은 두고두고 논란이 계속 될 것이다. 근본문제는 외면한 채 미세 조정이나 예외 조항만 만드는 식은 이 법을 누더기로 만들 수 있다. 개정하더라도 근본적인 법의 취지와 현실의 적합성에 대한 논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