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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576호 2017년 11월 27일

한국경제 이끄는 기업, 기업인

[한국경제 이끄는 기업·기업인] <37> 제빵왕 허영인 이야기


KBS TV가 2010년 ‘제빵왕 김탁구’라는 드라마를 방영한 적이 있다. 김탁구라는 소년 이 온갖 역경을 이겨내며 빵 굽는 비법을 배워서 아버지의 제빵 사업을 이어받는다는 줄거리였다. 가족 간의 갈등도 흥미진진했지만 제빵에 얽힌 이야기가 흥미로워 큰 인 기를 누렸다. 극중의 김탁구는 파리바게뜨(SPC그룹)의 허영인 회장을 모티브로 했다. 그럴 정도로 허영인은 어릴 적부터 빵에 미쳐 살았다.

‘제빵왕 김탁구’의 실제 모델

지금은 세계적 제빵기업이 됐지만 출발은 미미했다. 부친인 허창성이 방산시장 근처에 상미당이라는 작은 빵집을 차린 것이 1945년이다. 허창성은 무연탄으로 빵 굽는 방법을 개발해 빵의 제조원가를 낮춰, 고급식품이던 빵을 서민도 저렴하게 살 수 있게 했다. 이런 노력은 삼립식품이라는 본격적 제빵기업으로 꽃을 피웠다. 그 후 삼립크림빵, 아이차, 삼립호빵 등 히트작을 잇따라 내면서 기업 규모도 덩달아 커졌다.

허창성은 삼립식품의 대부분을 큰아들에게 상속했다. 둘째 아들인 허영인에게 돌아온 것은 성남의 작은 빵공장이었다. 1981년의 일이다. 사실 영인은 대학 다닐 때부터 아버지의 빵공장 일을 했기 때문에 작은 빵공장 하나만 받은 것이 무척 서운했다고 한다. 이 같은 가족 스토리가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모티브를 제공한 셈이다.

“공장빵 시대는 끝났다”

하지만 영인은 서운함에 빠져 있지 않았다. 그 공장에서 나온 빵의 이름을 샤니로 붙이고 자기만의 사업을 시작했다. 빵에 캐릭터를 결합해서 포켓몬스터빵 국찐이빵 같은 제품을 출시했다. 대히트였다.

영인은 아버지가 열어 놓은 공장빵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 대신 당일 구운 빵을 파는 베이커리 빵집이 인기가 오르고 있었다. 영인도 베이커리 사업을 새로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문제는 고려당, 태극당, 뉴욕제과, 크라운제과 같은 선발주자였다. 어떻게 이들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파리크라상! 이름부터 튀게 정했다. 고려당이나 태극당은 일본식 이름이고 뉴욕제과 크라운제과 같은 것은 미국식 이름이었다. 그런데 빵은 역시 프랑스빵 아닌가. 누구도 생각 못한 프랑스 이름을 택했다. 1986년 광화문과 구반포에 그 이름으로 가게를 열고 가게에서 직접 구워낸 빵을 팔았다. 소비자의 반응이 좋아서 매출도 늘어갔다.

프랜차이즈를 열어서 파리크라상의 빵을 널리 보급하고 회사도 키우고 싶었다. 빵집 주인의 어려움을 덜어주면 가능할 것 같았다. 동네빵집은 보통 오전 9시 전에 새 빵을 구워내야 하는데 그러자면 새벽 4시부터 빵 반죽을 시작해야 한다. 밤에는 10시까지 문을 열어놔야 하니 보통 힘든 직업이 아니었다. 허영인은 쉽게 빵집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반죽과 성형은 공장에서 한 것(냉동생지)을 새벽에 배달해주고 빵집에서는 오븐으로 구워만 내면 되게 했다. 1992년 파리바게뜨라는 또 다른 프랑스 이름으로 프랜차이즈를 열었다. 편리한 시스템과 뛰어난 맛 덕분에 가맹점 수는 급격히 늘어갔다. 2016년 현재 전국에 3400개의 가맹점이 있다. 최고의 프랜차이즈 빵집이 된 것이다.

삼립식품 본사를 거꾸로 인수

그 사이 삼립식품 본사는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 상태에 들어갔다. 외환위기를 견디지 못한 것이다. 2004년 허영인은 법정관리 중인 삼림식품을 인수해 SPC그룹으로 통합했다. Samlip Paris Croissant의 앞자를 딴 이름이다.

그리고 중국, 미국, 베트남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에 나섰다. 중국에서는 벌써 10대 제빵 브랜드 중 하나가 됐다고 한다. 2014년에는 프랑스의 파리에도 진출했다. 한국인이 파리에 파리바게뜨라는 이름으로 프랑스 빵 가게를 연 것이다. 프랑스인이 서울에서 서울김치라는 이름으로 김치가게를 연 것과 같은 느낌일 것이다. 프랑스인의 입맛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허영인은 2020년 외국 점포를 3000개로 늘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세계 최고의 제빵 기업, 맥도널드에 못지않은 식품 기업, 제빵왕 허영인이 꾸고 있는 꿈이다.

◆기억해주세요

둘째 아들이던 허영인은 작은 공장 하나를 물려받았다. 형에게 거의 모든 것이 상속됐다. 어릴 적부터 빵공장에서 일한 허영인은 실망하지 않고 자기만의 빵을 만들었다. 샤니빵이 그중 하나였다. 어느 날 그는 공장에서 만들어 파는 빵 시대는 끝났다고 봤다. 허영인은 당일 빵을 구워서 파는 새로운 영업전략을 생각해냈다. 원래 빵을 만들려면 새벽에 일어나 반죽하고 숙성해야 하는 등 일이 힘들었다. 그는 반죽을 모두 해서 배달해줬다. 가게주인은 버튼만 누르면 빵을 구울 수 있는 프랜차이스식 영업이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김정호 <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kim.chungho@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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