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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575호 2017년 11월 20일

시장경제 길라잡이

[시장경제 길라잡이] 홍삼값 후려친 중국인에게 홍삼 태우며 맞서 성공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상인을 이야기할 때 누구보다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바로 ‘임상옥’이다. 임상옥에게는 ‘거상(巨商)’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는다. 임상옥은 중국으로 향하는 사 신을 따라 연경(현재 중국의 북경)으로 오고갔다. 결코 쉬운 길은 아니었다. 웃돈을 얹어주고 간신히 사신 행렬에 낄 수 있었는데, 사신들의 짐을 대신 짊어주기도 하고 잡일도 해 주어야 했 다. 물론 경비도 조달해주어야 했다.

조선의 거상

조선은 상인들이 활동하기에 최악의 환경을 가지고 있었다. 웬만한 품목은 모두 거래가 금지돼 있는 데다 다른 나라와의 무역도 대부분 불법이었다. 다시 말해 중국에 물품을 내다파는 것은 물론 중국에서 물품을 구입해 들여오는 일 역시 대부분 불법이었다. 할 수 없이 상인들은 사신 행렬에 끼어 밀수를 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임상옥이었다.

조선의 홍삼은 워낙 품질과 효능이 좋아서 중국에서 인기가 높았다. 중국 사람들은 기꺼이 비싼 값을 치르고 샀다. 반대로 조선의 왕족이나 양반은 중국의 비단, 모피, 가구, 책, 도자기 등을 좋아했다. 따라서 상인들에게 중국과의 거래는 아주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임상옥의 ‘신의 한 수’

중국과의 홍삼 거래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바로 가격이었다. 중국 상인들은 조선 상인들이 가져온 홍삼을 아주 싼 가격에 사들였다. 그들은 조선 상인들의 홍삼 거래가 대부분 불법이며, 홍삼을 힘들게 들고 온 만큼 반드시 팔고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홍삼을 낮은 가격에 매입해 상당한 이익을 취하곤 했다. 이러한 중국 상인들에게 반기를 든 사람이 임상옥이다. 임상옥은 홍삼 거래 가격을 높이고자 했다. 최인호의 소설 『상도』에는 임상옥이 중국에 갔을 당시 홍삼 가격을 흥정한 일화가 실려 있다.

임상옥은 중국 상인들이 홍삼 가격을 낮게 거래하는 관행을 깨기 위해 이전보다 무려 두 배나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 그러자 중국 상인들은 기겁하며 이전 가격이 아니라면 홍삼을 사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임상옥 역시 제대로 값을 쳐주지 않으면 홍삼을 팔지 않겠다고 맞섰다. 중국 상인들과 임상옥의 팽팽한 기싸움은 좀처럼 결판이 나지 않았다.

중국 상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가격으로 홍삼을 구매하지 못하자 곧 안달이 났다. 임상옥 역시 배짱 좋게 호기를 부렸지만 초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때 마침 추사 김정희 선생이 연경을 방문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임상옥은 김정희 선생을 찾아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고 조언을 구했다. 그러자 김정희 선생은 임상옥에게 다음과 같은 글을 써주었다.

‘백척간두 진일보(百尺竿頭 進一步).’ ‘백척간두’는 아주 높은 대나무 끝에 간신히 서 있는 것처럼 매우 위태롭고 어려운 지경을 말한다. ‘진일보’는 한발을 내딛으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두려움을 무릅쓰고 목숨을 걸면 비로소 살길이 보일 것이란 의미이다. 임상옥은 이 글귀를 보고 김정희 선생에게 큰 절을 세 번하고서 자신의 숙소로 향했다.

“차라리 태워버리겠다”

다음날, 임상옥은 조선에서 가져온 홍삼의 일부를 마당에서 불태우라고 지시했다. 곧 온 동네에 홍삼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홍삼이 불에 타고 있다는 소식은 중국 상인들에게도 전해졌다. 중국 상인들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헐레벌떡 임상옥에게 달려왔다. 그도 그럴 것이 조선 홍삼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어디 그리 쉽게 생기는 일인가! 1년에 한두 번 조선의 사신단이 올 때라야 겨우 조선 홍삼을 구매할 수 있는데, 이 기회를 놓치면 중국 상인들도 큰 손실을 볼 것이 뻔했다. 결국 중국 상인들은 임상옥이 부른 가격대로 값을 지불하고 임상옥의 홍삼을 모두 구매했다. 임상옥의 배포 덕분에 중국 상인과의 홍삼 거래 관행은 변할 수 있었고, 그 뒤로 홍삼 상인들은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중국을 오가게 되었다.

임상옥의 일화는 상인의 자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 하여 상인이 가장 천대받던 시대에 거상으로 존경받던 임상옥! 만약 임상옥이 지금 시대에 태어났다면 무역업을 하는 기업인이었으리라. 위기상황을 타파해 새로운 기회를 여는 상인정신으로 무장한 무역인이 있기에 위기는 기회가 되고, 어려움에 맞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이 가능한 것이다.

◆기억해주세요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 하여 상 인이 가장 천대받던 시대에 거상으 로 존경받던 임상옥! 만약 임상옥이 지금 시대에 태어났다면 무역업을 운영하는 기업인이었으리라. 위기 상황을 타파하여 새로운 기회를 여 는 상인정신으로 무장한 무역인이 있기에 위기는 기회가 되고, 어려움 에 맞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혁 신이 가능한 것이다.

최승노 < 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 choi3639@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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