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를 둘러싼 논란이 끝이 없다. 일반시민들이 참여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신고리 5·6호기 원전은 계획대로 짓기로 결정 났지만, 정부는 나머지 원전들에 대해서는 탈(脫)원전 정책을 그대로 추진키로 했다.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선 신규 원전 6기 건설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앞으로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지 않는 등의 내용을 담은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의결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현재 24기인 국내 원전은 2038년 14기로 줄고, 2082년엔 모두 사라진다.

수년째 준비해 온 원전 건설 계획을 취소하면 상당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 앞서 신고리 5·6호기의 경우 공사 중단 시 이미 투입된 공사비 1조6000억원과 보상비 1조원을 합쳐 매몰비용이 2조6000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번 정부 로드맵에서 공사 중단이 확정된 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기 등 신규 원전 역시 적게는 3000억원대(정부 추산), 많게는 1조원대(야당 추산)의 매몰비용이 생길 것이란 분석이다. 이미 부지매입 등에 들어간 비용을 날리게 되기 때문이다. 탈원전론자들은 “매몰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신재생에너지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멀쩡한 투자를 매몰비용으로 버리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반론도 거세다. 탈원전 정책으로 세계 정상급인 한국의 원전기술까지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도 뼈아픈 손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탈원전은 찬반 여론이 팽팽한 상황이다. 일반시민들로 구성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조사에서조차 ‘원전 축소’는 53.2%, ‘유지’ 또는 ‘확대’는 45.2%로 큰 차이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한 나라의 경제·안보와 직결되는 ‘에너지 백년대계(百年大計)’가 너무 성급히 다뤄진다고 우려한다.

신고리 공론화 과정에서 당초 ‘건설 중단’ 의견이 우세했던 20~30대 참가자들은 전문가들의 설명을 들으면서 ‘건설 재개’로 돌아섰다고 한다. 국민 상당수가 충분한 정보를 갖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른바 정보의 불균형이 심각하다. 원전 같은 문제는 기본적으로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전에 대한 오해와 진실, 그리고 이번 논란에서 언급되고 있는 매몰비용에 대해 4, 5면에서 알아보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