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캠코더로 찍은 29초 영상
작품 형식·성격·장르 제한 없이 중고생 포함 누구나 출품 가능
수상작은 TV·SNS 광고로 방영도

'커피 29초 영화제' 진행 중
내달 12일까지 출품작 접수
‘박카스 29초 영화제’ 수상작을 TV광고에 활용한 박카스 광고 ‘대화회복 편’의 한 장면.
‘박카스 29초 영화제’ 수상작을 TV광고에 활용한 박카스 광고 ‘대화회복 편’의 한 장면.
스마트폰으로 찍은 29초짜리 동영상이 영화가 될 수 있을까. 값비싼 장비나 전문지식이 없어도 영화감독이 될 수 있을까. 모두 가능하다.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하는 ‘29초영화제’를 통해서다. 2011년 시작해 올해 7년째를 맞은 이 행사는 29초 분량의 초단편 영상물을 누구나 스마트폰이나 캠코더 등으로 촬영해 출품할 수 있는 ‘열린 영화제’다. 매번 수십~수백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 최초 ‘디지털 컨버전스 영화제’

왜 하필 29초일까.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대중화된 이후 사람들은 짧으면서 임팩트가 강렬한 콘텐츠를 선호한다. 29초영화제는 이런 흐름에 맞춰 짧은 영상에 메시지를 담아 쉽고 간결하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큰 돈이 없어도, 오랜 시간 고생하지 않아도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어 영화감독을 꿈꾸는 학생이나 일반인에게 매력적인 기회이기도 하다.

작품의 성격이나 형식에는 어떤 제한도 없다. 주어진 주제에 맞게 창작자들이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면 된다. 관객들은 출품작을 29초의 ‘영화’라 생각할 수도 있고 ‘광고’, 혹은 ‘영상 메시지’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보는 이의 해석에 따라 새로운 작품으로 재생산되는 것이다. 영상 기술과 디지털 기술, SNS와 온라인 매체를 융합한 개념을 영화제와 결합했다는 점에서 세계 최초의 ‘디지털 컨버전스 영화제’로 평가받고 있다.

29초영화제가 처음 출범할 때는 “그 짧은 시간에 뭘 표현할 수 있겠느냐”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매번 수백~수천 건씩 접수되는 출품작을 보면 이런 의문은 금세 사라진다. 현대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직시하고 제대로 꼬집은 영상들이 주를 이뤘다. 29초영화제가 젊은 층의 큰 호응을 얻자 박카스, 신한은행, 유한킴벌리, 서울시, 강원도, 경찰청, 통일부, 법무부, 육군 등 다양한 기업과 정부기관, 지방자치단체들이 공동 주최자로 대거 참여하고 있다.

기업 마케팅에 활용…‘좋은 광고상’ 수상도

수상작이 실제 광고나 마케팅에 활용된 사례도 많다. ‘박카스 29초영화제’의 최우수상 수상작 ‘투명아빠로 산다는 것’은 2015년 박카스 TV광고 ‘대화회복 편’으로 방송됐다. 앞서 2013년에도 박카스 29초영화제에서 수상한 광고 세 편이 한국광고주협회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소비자가 뽑은 좋은 광고상’에서 TV 부문 대상을 받았다.

신한은행도 영화제 수상작을 SNS 마케팅에 활용해 젊은 층에 큰 호응을 얻었다. 세 차례에 걸쳐 ‘강원도 29초영화제’를 개최한 최문순 강원지사는 “29초의 짧은 영상인데도 일반 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다”며 “행사를 거듭할수록 출품작 수가 늘고 작품의 다양성과 세련미도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인 29초 동안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영상문법을 제시하는 작품이 다수 발굴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제한된 시간에 풍부한 메시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방송광고로 재가공될 만한 가치가 높다”며 “소비자가 직접 찍은 영상으로 대중의 삶에 밀접하게 공감되는 주제를 담는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청소년들도 참여하는 ‘열린 영화제’

29초영화제는 주제를 바꿔가며 연중 꾸준히 열리고 있다. 지금은 서울 송파구청과 롯데월드타워가 후원하는 ‘커피 29초영화제’가 출품작을 받고 있다. 한국인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잡은 커피 이야기 또는 커피에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은 작품을 공모한다. 일반부와 청소년부로 나뉘어 있으며 총 2000만원의 상금이 걸려 있다. 누구나 29초 길이로 제작한 영상을 29초 영화제 홈페이지에 올리면 된다. 팀 인원에 제한이 없고 여러 작품을 내도 된다. 출품작 접수는 다음달 12일까지, 시상식은 다음달 21일 열린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