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근미와 떠나는 문학여행] (76) 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소설가 이근미와 떠나는 문학여행] (76) 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개츠비와 톰과 데이지의 무모한 선택

《위대한 개츠비》는 대단한 타이틀을 많이 갖고 있다. 미국 뉴욕 랜덤하우스 출판사에서 ‘20세기 영어로 쓰인 가장 위대한 소설’을 선정했을 때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에 이어 《위대한 개츠비》가 두 번째로 꼽혔다. ‘옵저버’ 선정 인류 역사상 가장 훌륭한 책, ‘타임’ 선정 현대 100대 영문소설 등 명작을 선정할 때 《위대한 개츠비》는 가장 먼저 거론되는 작품이다. 그와 함께 F 스콧 피츠제럴드는 포크너, 헤밍웨이와 함께 20세기 미국소설의 삼총사로, 세계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위치를 굳혔다.

《위대한 개츠비》의 배경은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20년대, 일명 ‘재즈시대’로 불리던 시절이다. 당시 미국은 급격한 산업화와 전쟁의 승리로 물질적인 풍요를 누렸다. 상류계층은 재산을 늘릴 최적의 기회를 맞아 도덕적 타락과 부패를 일삼으며 개인의 욕망을 채웠고, 비정상적인 팽창으로 1929년에 증권시장이 몰락하면서 미국 사회는 대공황을 맞게 된다.

1920년대에 미국 젊은이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전쟁의 참화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한 청년들 가운데 자신의 삶에 환멸을 느껴 프랑스로 떠나는 이들이 많았다. 《위대한 개츠비》는 ‘잃어버린 세대’로 지칭하는 젊은이들과 당시 사회상을 실감 나게 묘사하면서 최고의 작품으로 떠올랐다. 1896년에 태어난 피츠제럴드가 자신이 온몸으로 겪은 시대를 작품에 반영해 걸작을 탄생시킨 것이다.

소설을 읽으면 제목을 ‘위대한 개츠비’가 아니라 ‘어리석은 개츠비’로 바꿔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역시 개츠비 앞에는 ‘위대한’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린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시대상을 잘 표현한 피츠제럴드의 재능이 놀라워서, 내용이 너무 절묘해서, 소설이 너무 재미있어서 박수를 보내다가 개츠비와 톰, 데이지의 무모한 선택에 탄식하게 된다.

F. 스콧 피츠제럴드
F. 스콧 피츠제럴드
개츠비의 사랑, 개츠비의 몰락

아무런 경력도 없는 무일푼의 개츠비는 ‘우아하고 특별한 여자’ 데이지를 사랑해 전심을 다 바친다. 하지만 ‘한 달간의 사랑’은 계속 이어지지 못한다. 해외로 파병된 개츠비의 귀국이 늦어지자 데이지는 풍채가 당당하고 사회적 지위를 가진 부자 톰 뷰캐넌과 결혼해 버린다.

5년이 지난 어느 날 톰의 집 건너편에 있는 호화로운 대저택에서 밤마다 파티가 열린다. 데이지를 잊지 못한 개츠비가 행여 그녀가 올 수도 있다는 기대에서 성대한 파티를 여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파티에 오지 않았고, 소설의 화자이자 데이지의 먼 친척인 캐러웨이를 통해 개츠비는 그녀와 재회하게 된다.

풍요로웠던 1920년대 미국 사람들의 혼란한 생각이 소설 속에 잘 드러나 있다. 개츠비는 데이지가 이미 남의 아내가 됐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개츠비는 톰 앞에서 당당하게 “당신 부인은 당신을 사랑하고 있지 않아요. 당신을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다고요. 나를 사랑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늘 새로운 애인을 사귀고 있는 톰은 개츠비의 등장에 불안해한다. 부도덕한 삶으로 일관해온 만큼 술수를 써서 개츠비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도 그로 인한 자괴감도 느끼지 못하는 인물이다.

이근미 소설가
이근미 소설가
데이지는 시시때때로 마음이 흔들린다. 다시 나타난 멋진 개츠비의 마음을 헝클어놓았다가 남편과 삼자대면한 자리에서는 남편에게 기울어진다. 데이지가 낸 자동차 사고를 자신이 뒤집어쓸 정도로 그녀를 사랑했던 개츠비의 진심은 결국 그가 부도덕하게 쌓은 재물만큼이나 허황한 것이 되고 만다.

‘사랑과 사건, 사회 상황’이 맞물리면서 ‘화려하고 재미있고 가슴 아픈 이야기’가 탄생했고, 그 여운이 진하다 못해 마음의 상흔이 되면서 개츠비가 주는 위대한 감동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위대한 개츠비》가 계속 사랑받는 이유는 전쟁의 아픔과 급작스러운 풍요로 혼돈했던 1920년대 미국이 아님에도 여전히 사회는 부도덕하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방황하는 인생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을 찬찬히 읽으면 환상과 현실을 마구 오가다 어떤 깨달음에 당도할 것이다.

이근미 < 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