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쑥쑥 솟았다!"
[신간《조금 다르게 생각했을 뿐인데》읽기]"빵에 버터 바르는 순서만 바꿨을 뿐인데…
잠깐 눈을 감고 ‘창의력’이라는 주제를 머리에 떠올려 보자. 즉흥적으로 생각나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을 던지면 많은 이들이 ‘발명’ ‘독창적이고 기상천외한 것’ ‘뭔가 다른 것’ ‘아이디어’ 등과 같은 답을 내놓는다. 좀 더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 예술가, 디자이너, 광고인 등의 직업을 말한다. 베토벤, 피카소, 아인슈타인,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들을 언급하기도 한다. 이는 사람들이 창의력을 특정한 과학자나 예술가, 엄청난 부를 쌓은 기업가들이 갖고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창의력을 특정 인물이나 집단에 내재하는 ‘성질’로 여기는 것이다.

창의력은 몇몇 천재의 전유물이 아니다

☞옆에서 소개한 사례는 독일의 심리학자 바스 카스트의 책 《조금 다르게 생각했을 뿐인데》(한국경제신문 펴냄·276쪽·1만5000원)를 발췌해 재구성한 것이다. 이 책은 인간의 창의성에 대해 지금까지 이뤄진 주요 연구 결과를 분석하고, 일상에서 창의력을 키우는 방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창의성이 선천적으로 주어진 능력이 아니며 생활의 작은 변화를 통해 누구나 후천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옆에서 소개한 사례는 독일의 심리학자 바스 카스트의 책 《조금 다르게 생각했을 뿐인데》(한국경제신문 펴냄·276쪽·1만5000원)를 발췌해 재구성한 것이다. 이 책은 인간의 창의성에 대해 지금까지 이뤄진 주요 연구 결과를 분석하고, 일상에서 창의력을 키우는 방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창의성이 선천적으로 주어진 능력이 아니며 생활의 작은 변화를 통해 누구나 후천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독일의 심리학자 지모네 리터는 이런 통념과 반대로 창의력의 다른 원천에 주목했다. 그는 영감의 원천을 인물의 내면에서만 찾는 것은 너무나 근시안적인 태도이며, 우리가 얼마나 유연하게 사고하는지는 우리가 가진 ‘성질’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환경’에 좌우된다고 봤다. 리터가 연구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우리의 창의력을 일깨우거나 촉진시키는 환경이 분명히 존재한다. 인간의 머릿속에 조직화된 인지적 개념이나 도식을 ‘스키마(schema)’라고 하는데, 이 스키마가 잠시라도 무력화되는 상황에 처하기만 해도 누구나 훨씬 더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제 막 태어난 아기를 한번 떠올려보자. 아기에게는 세상의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선 대상이다. 어린 시절 우리는 수많은 스키마를 축적해야 한다. 그래야만 살아가며 수없이 만나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일상 생활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시점이 되면 우리의 머릿속 전체 프레임과 스크립트는 더 이상 마찰 없이 작동하는 상태에 이른다. 놀라고 당황해 종종 스키마가 무력화되곤 하던 현상은 점차 과거의 일에 지나지 않게 된다. 성인이 되고 나이를 먹을수록 스키마의 무력화를 경험하는 일은 점차 줄어들게 된다. 사정이 이렇다면 이미 충분히 커 버린 우리가 평소 창의적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아침 식탁에서 이뤄진 창의력 실험

그렇다면 타성에 젖은 굳어진 사고를 훈련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리터와 연구자들의 또 다른 실험 결과에 따르면 무심코 흘려보내는 일상의 순간에서도 스키마가 위배되는 환경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우리 머리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체험은 아침식사 시간에도 할 수 있다. 그는 한 실험에서 사람들을 아침식사 식탁으로 불러 빵에 버터를 바르도록 했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즐겨 먹는 하헐슬라흐(hagelslag)라는 초콜릿 플레이크를 뿌린 빵을 만들어 먹게 한 것이다.

그림1은 일반적으로 하헐슬라흐를 만드는 순서다. 빵 한 조각을 놓고 버터를 바른 다음, 그 위에 초콜릿 플레이크를 뿌리는 방식이다. 리터는 한 그룹에는 원래대로 하헐슬라흐를 만들어 먹게 하고, 다른 한 그룹에는 낯선 방식을 주문했다. 그림2처럼 초콜릿 플레이크를 먼저 접시에 뿌린 다음 버터 바른 빵을 플레이크 위에 대고 누르게 했다.

어떤 순서로 만든 빵이든 결과적으로 맛은 동일하다. 하지만 적어도 네덜란드식 식습관을 익힌 사람들에게 두 번째 방식은 스키마에 위배되는 불편함을 안겨준다.

너무나 익숙해진 ‘스키마’를 무력화하라

아침식사 빵에 플레이크 넣는 순서를 다르게 하는 사소한 일이 뇌에 무슨 영향을 미치나 의심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잠깐의 스키마가 무력화되는 경험을 했을 뿐인데도 두 번째 그룹은 창의력 테스트에서 첫 번째 그룹보다 훨씬 더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깜박 잊고 있었던 뇌 네트워크가 발동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스키마의 무력화는 어떤 형태로 발생하든 상관없이 우리의 창의력을 촉진한다. 굳어진 사고방식을 유연하게 만들어 새로운 것에 대한 시각을 열어준다.

정리=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