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국가라는 공동체에서 살려는 본성 가져
선을 추구하는 정치가 있어야 행복도 실현된다"
[김홍일쌤의 서양철학 여행] (10) 아리스토텔레스(하) 인간은 정치적 동물
《정치학》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대표 저술 중 하나이다. 여기에서 그는 인간의 본성, 국가를 세우는 이유, 가족과 국민의 자격, 가정과 국가의 목적, 가장 좋은 국가를 위해 필요한 교육과 같은 주제들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에서 ‘인간은 정치적(또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사실 이 명언은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의 전체를 떠받치고 있는 핵심 전제가 되는 말이다.

‘정치학’에 남긴 명언


[김홍일쌤의 서양철학 여행] (10) 아리스토텔레스(하) 인간은 정치적 동물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는 말 속에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정치는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 가정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는 그의 명언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을 이해하는 데 열쇠가 된다. 하지만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는 말에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서 중시되는 ‘본성적으로’라는 목적론적 개념이 빠져 있다. 따라서 우리는 그 명언을 통하여 아리스토텔레스가 본래 의미하고자 했던 바를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인간은 본성적으로 정치적 동물’이라는 온전한 내용을 토대로 그 의미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정치적 동물’이라는 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맥락 가운데 사용됐다. 따라서 이 명언 중 ‘본성적으로’라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은 그의 사상 전체를 하나로 꿰는 화살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의 목적론은 “모든 자연물들이 목적을 갖는다”거나 “모든 자연물들이 본성을 갖는다”는 표현에 잘 나타나 있다.

본성적으로 정치적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은 본성적으로 정치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 속에는 인간의 본성 속에는 실현되어야 할 어떤 목적이 있으며, 그 목적은 공동체 안에서 실현된다는 그의 목적론적 세계관이 가정되어 있다. 말하자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본성적으로 정치적 동물"이라고 말하면서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 실현해야 할 본성의 한 측면을 지적하고 있는 셈이다. 그가 보기에 ‘인간이 본성적으로 정치적 동물’라는 말은 ‘개인은 공동체 안에서만 자연적 본성을 완성한다’는 의미다. 인간은 국가라는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본성을 갖고 있으며, 따라서 그 공동체 속에서 타인들과 어우러질 때 행복해지려는 인간의 본성이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동체의 최소 단위인 가정이 확대되면서 마을과 국가와 같이 더 큰 규모의 공동체가 구성되며,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정의라는 질서의 원리 하에서 서로 관계를 맺으며 살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볼 때 ‘인간은 본성적으로 정치적 동물’이라는 말은 다음의 아리스토텔레스의 말 속에서 그 의미가 보다 분명히 드러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국가에서 살도록 되어 있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어떤 우연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성질상 국가가 없는 사람은 보잘것없는 존재이거나 아니면 인간 이상의 존재이다.”(《정치학》) 아리스토텔레스가 보기에 인간이 이처럼 본성적으로 공동체 안에서 살도록 되어있는 존재일진대, 공동체가 없는 사람은 보잘 것 없는 존재이거나 인간 이상의 존재일 뿐이다. 공동체 속에서 살 수 없는 존재는 동물이며, 또한 스스로 자족적이기 때문에 어떠한 욕구도 갖지 않는 존재는 신과 같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선의 국가, 최고의 선 추구해야

아리스토텔레스는 좋은 국가, 최선의 국가를 위해서는 개인의 권리를 규정하는 일보다 무엇이 최고의 선인지를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무엇이 선한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바람직한 정치체제를 말할 수 있고 그에 맞는 권리와 의무에 대해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최선의 국가가 무엇인가라는 정치적 질문은 인간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윤리학적 질문과 만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이며 공동체를 통하지 않고는 행복해질 수 없다는 생각. 따라서 인간은 공동체 안에서 벌어지는 정치 행위를 통해서만 행복을 추구하는 ‘정치적 동물’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 이것이 《정치학》이라는 책이 고전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봅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에서 국가라는 공동체와 개인의 행복 간의 관계를 고민했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정치적이며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한 그는 정치를 통해 개인의 행복도 가능하다고 봤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