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34개국 중 27위…미국·일본의 절반

김형진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starhawk@hankyung.com
[Focus] 한국 휴대폰 요금이 비싸다구요?
원가까지 공개하라?

‘통신비를 내려라’는 압력이 높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통신비 인하에 앞장서고 있다. 가계 통신비 인하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국정기획위는 미래창조과학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가계통신비 인하 대책의 핵심은 월 1만1000원인 통신 기본요금을 폐지하는 데 있다. 시민단체들도 가세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통신료 원가를 공개하라고 한다. 통신요금 인하는 역대 정부의 단골 공약이었다. 말하기 쉽고 압박하기 쉬운 게 통신비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명박 정부 시절엔 3개월가량 논란을 일으키다 휴대폰 기본료를 1만2000원(표준요금제 기준)에서 1만1000원으로 1000원 인하했고, 박근혜 정부 때는 휴대폰 가입비가 단계적으로 폐지됐다. 논란의 핵심은 통신비가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보자.

주요도시 조사에서도 통신비 저렴

위 그래프는 OECD의 ‘2015 디지털경제 전망’ 보고서에 게재된 회원국의 휴대폰 요금을 비교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2년에 한 번 나오는 보고서다. 2017년 보고서는 다음달에 나올 예정이다. 이 자료는 2014년치를 기준으로 했다.

OECD 디지털경제정책위원회(CDEP)는 각 나라의 요금을 통화량과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5개 그룹별로 구분해 각국 물가수준을 감안한 구매력 평가(PPP) 환율로 환산했다. 각각의 항목은 30calls+100MB, 100calls+500MB, 300calls+1GB, 900calls+2GB, 100calls+2GB로 구성돼 있다. 예를 들어 음성 통화 100회(분)와 데이터 2GB를 사용하는 요금제는 100calls+2GB에 해당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이동통신 요금은 비싸다”는 대중의 통념과 다르다. 5개 항목 모두에서 OECD 평균보다 요금이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인의 휴대폰 사용 패턴과 가장 비슷한 5그룹(100calls+2GB), 즉 음성통화 188분, 문자메시지 140건, 데이터 2기가바이트(GB) 기준의 휴대폰 요금은 25.30달러. 한국은 27위로 뒤에서 여덟 번째였다. OECD 34개 국가 중 여덟 번째로 싸다는 의미다. 이 그룹의 OECD 평균은 37.76달러다.

5그룹 사용패턴으로 요금이 가장 비싼 나라는 헝가리(70.67달러)였다. 이어 미국(62.74달러), 일본(61.54달러), 체코(60.54달러), 그리스(60.42달러)가 60달러를 넘었다. 독일(59.26달러), 칠레(58.44달러), 멕시코(56.87달러), 캐나다(56.70달러) 등 톱10에 드는 나라는 한국의 두 배를 웃돌았다. 반대로 요금이 가장 저렴한 국가는 에스토니아로 11.81달러에 불과했다. 덴마크(15.57달러), 핀란드(15.90달러), 영국(19.35달러), 오스트리아(19.37달러) 등은 20달러 미만이었다. 물론 다른 그룹에서도 한국 순위는 21~27위에 그쳤다. OECD 평균에 비해 15~38%가량 저렴한 것이다.

이 보고서 외에 다른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통신비는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총무성이 2015년 발표한 7개국 주요 도시(한국 서울, 일본 도쿄, 미국 뉴욕,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독일 뒤셀도르프, 스웨덴 스톡홀름) LTE 요금 조사에서도 한국(서울)은 ‘평균 음성 통화시간 47분, 평균 문자 수·발신 338건, 데이터 2GB’를 사용하는 데 PPP 기준 5136엔(약 5만1800원)으로 스웨덴 스톡홀름(4313엔)에 이어 두 번째로 저렴했다.

결합상품도 저렴하다

일각에서는 통신비만을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유선 인터넷이 통신비와 결합하여 할인된 상품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OECD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유선전화와 초고속 인터넷, 유료TV, 무선 통신비 중 3개 상품을 결합한 모델에서 한국은 52.4달러로 프랑스(49.50달러)에 이은 두 번째로 가장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4개 상품을 다 결합했을 경우도 41.39달러로 프랑스(36.82달러)에 이은 두 번째로 요금이 저렴한 국가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사용량에 따른 요금 수준만이 아닌 통신 품질까지 비교할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체크포인트

OECD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통신비는 다른 나라에 비해 저렴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통신비가 세계적으로 높다며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토론해보자 .


김형진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starhawk@hankyung.com